때로는 나침반이 나를 찌른다.
내 직업은 취준생이다.
취준생이라는 직업에 걸맞게 난 서류를 쓰고, 면접을 보는 사람이다. 약 20곳이 넘는 서류탈락, 곧 10번을 채울 것 같은 면접탈락을 겪는..
묵묵히 도서관에서 취준을 하던 그 때, 애플워치에서의조용한 떨림이 나를 부른다.
문자다. 내가 모르는 지역번호에서 또 하나의 기대가 도착했다. 혹은, 또 하나의 추락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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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류가 하나 또 붙었다.
서류가 붙는다는 것.
그건 단순히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절망을 동반했다.
나는 철저히 경험주의적인 사람이다.
그 어떤 이론보다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피부로 와닿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겪지 않으면 쉽게 믿지 않았고, 만져보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었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경험주의가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를 겪고 나니, 내 경험에 따르면 앞으로의 면접들도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만 가득하다.
경험은 분명 나를 지탱해 온 힘이었다.
그러나, 나를 가장 깊은 절망 속으로 끌어내리는 무게이기도 했다.
나침반이 때로는 나를 찌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그럼에도 포기는 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은 우울하게, 시무룩하게, 묵묵히 그 길을 걷는다. 언젠가 죽을 걸 알면서도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처럼.
누구나 처음은 있는 법이니까.
보이지 않는 희망에 손가락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