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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Nov 07. 2023

낭만적이었던 스웨덴 시절 2

음악으로 외국친구들과 소통하다

마흔셋의 나이,

나름 열심히 수업도 받고 영어공부도 했지만 외국의 젊은 학생들과 어울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수업이야 교수님들이 주로 피피티로 강의를 하시니까 알아듣는데 문제가 없었다. 수업 끝나고 외국학생들과 어울리게 되면 생활 영어로 빨리 말해버린다. 오케이, 땡큐라고 하지만 반이나 알아들었을까!

 

음악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기타 메고 다니면서 우리나라 노래, 영어 팝송, 이태리 칸소네, 독일 노래, 멕시코 노래, 중국 노래, 불란서 샹송, 심지어 아랍 노래까지 배워 불렀다.

스웨덴의 한 친구는 패티김의 '빛과 그림자'를 좋아했다. "사랑은 나의 행복, 사랑은 나의 불행, 사랑하는 내 마음은 빛과 그리고 그림자..."심지어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태리 친구에게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카루소(Caruso)를, 중국 친구들과는 탈랜트 안재욱이 불렀던 '친구'의 중국 원곡인 펑요우(朋友)를 함께 불렀다. 프랑스 친구에게는 아다모의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스페인이나 멕시코 친구에게는 돈데보이(Donde voy)를 불러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라크 친구가 아랍 노래(Age Ye Rooz)를 알려주며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가사를 영어로 적어 주는 것이었다.

기타 코드를 따고 며칠 연습해서 불렀다. 이라크 친구는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우린 그 이후로 더 친해져서 밥도 같이 먹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겠지만 그리스 크레타로 여행도 같이 갔다.


음악의 힘을 그때 느꼈다. 영어를 못하니 굳이 영어 한다고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이, 조용히 함께 있는 분위기를 즐기면서 가끔 노래만 불렀다. 마음도 편해졌고 친구들과의 사이도 가까워졌다. 말 안 해도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 모양이었다.


스페인어, 이태리어, 불어는 읽을 줄만 알면 되었고, 유튜브 보면서 연습하면 성의만 있으면 대충 따라 부를 수는 있었다. 노래를 잘하면 좋을 수도 있었겠지만, 못 불러도 그만이었다. 못해서 웃음이 터지는 경우도 많았다.


실은 졸업 프로젝트도 20개국 외국 친구들의 노래를 다 불러보는 걸로 하려고 했지만, 학교 당국에서 노래 부르고 그런 거 녹음해서 제출하는 건 석사 졸업 프로젝트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논문을 써서 제출해야만 했다. 나의 야심차고, 지속가능하고, 도전적인 석사 프로젝트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그 나라의 노래를 부리는 것만큼 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가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졸업논문을 쓰기 위해 개고생을 했다.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석사 프로젝트는 사그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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