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종최 Nov 06. 2023

낭만적이었던 스웨덴 시절 1

머리카락을 락커처럼 길게 기르다

2011년 8월 스웨덴 웁살라에 도착했다. 전공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선택했다. 녹색평론을 통해 책에서만 접했던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유학을 준비할 수 있는 두 달간의 시간을 일 때문에 쓰지를 못했기 때문에 스웨덴에 도착했을 때는 숙소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방을 구할 때까지 어쩔 수 없이 호텔에 머물렀다. 거의 보름을 호텔에서 지냈다. 작은 돈이 아니었고 아까웠다.


웁살라대학원의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비용보다 비쌌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화장실 딸린 원룸을 구했다. 주방과 샤워장은 공동으로 써야 했다. 제일 저렴한 걸 구한다고 해도 2011년도 우리나라 돈으로 4-50만 원 되었지 싶다.


숙제를 하려면 인터넷을 사용해야 했는데, 인터넷이 들어오는 데는 1-2주 정도 걸린 것 같다.


웁살라대학원에서 운영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대학원 과정에는 20여 나라에서 온 4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대부분 20대였는데, 내 나이 마흔셋이었다.

스웨덴 친구 중에 내 나이 또래가 있었는데, 직업은 신부였다. 신부 하랴 공부하랴 바빴지 싶다.


웁살라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건 낭만적으로다가 머리를 길러 어보는 것이었다. 대학 다닐 때 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스웨덴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중에 머리가 긴 학생들이 많았다. 주로 외국 유학생이었다. 이발비가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 정도 했다. 유학하는 학생에게 부담스러운 돈이었다.

밖에서 뭘 사 먹는 것도 여간 비싼 게 아니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도시락을 싸왔고, 학교에는 음식을 데워 먹을 전자레인지가 충분히 있었다. 끔 중국 친구들과 일본식 뷔페가 가기도 했다. 이것도 5만 원 정도여서 한 달에 한번 정도 가서 실컷 먹고 왔다.


재킷 하나 드라이클리닝을 하는 데도 5만 원 정도 들었기 때문에 옷은 빨래할 수 있는 것들로만 입고 다녔다. 빨래는 공용세탁실에서 했다. 방에 세탁기가 있는 게 아니라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탁실이 있는 것이었다. 물론 단독주택에는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 세탁기를 둘 수 있다.


가끔 당구를 좋아하는 중국 친구가 있어 가끔 치곤 했는데 당구비는 한 명씩 계산한다. 우리나라는 2명 치든, 4명 치든 테이블 계산하는데, 스웨덴은 달랐다.

굳이 겜뺑이(진 사람이 당구비를 계산)를 칠 필요가 없었다. 가볍게 맥주, 음료수와 과자를 사 먹을 수도 있었다.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머리카락은 낭만적으로다가 더욱 길어지고 있었다. 

마침내 묶고 말았다(2012년 8월 26일).

"Empathy is the opposite of Utopia.

There is no empathy in Heaven, because there is no mortality.


There is no empathy in Utopia, because there is no suffering.


Empathy is grounded in the our acknowledgement of death and celebration of life and rooting through each other to flourish and be. It's based on our frailties and imperfections."

(The empathic civilization, Jeremy Rifkin)


작가의 이전글 낭만 없는 행정에 지쳐 스웨덴으로 도망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