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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Nov 12. 2023

맛갈라의 현실밥상 4

내 지속가능성의 종착역

어쨌든 20대 중반부터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잘도 놀았다.


시작이 아마 1997년 이 맘 때지 싶다

더운 날씨가 아닌 서늘한 날씨였고,

늘 가을을 심하게 타왔듯이 가을을 타나 보다 했다.

어찌하다 보거진 30년이 되어간다.


세 가지 관점에서 생각했다.


첫째, 나 자신과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둘째, 타인과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셋째, 자연 또는 지구와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계를 맺을 것인가?


세 마리 토끼는 서로 연결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고,

하나라도 온전하지 않다면 지속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환경이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환경론자들이

가정에서 권위적이고 민주적이지 않다면,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면 그건 제대로 된 환경론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속가능한 삶을 얘기하면서도 실제로는 자신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몰아간다면, 안타깝지만 그것 또한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과 타인과 그리고 자연과 잘 지낼 수 있는

구체적인 '그 무언가'를 찾아내고,

구체적으로 '그 무언가'를 실천하며,

구체적으로 '그 무언가'를 즐기면서,

구체적으로 '그 무언가'를 조금씩 넓고 깊게 만들어 갈 수 있을 때, 그나마 지속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무언가'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된다.


최근에 내가 찾은 무언가는 '맛갈라의 현실밥상'이다.

예전엔 노래라고 생각했다 노래도 큰 도움은 된다.


일단, 자신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음식 할 때 '잡생각'과 '잡것들' 생각이 덜난다.

몸도 좀 건강해지는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이 좋다.


덤으로, 부모님과 동생들과의 관계가 좋아졌다.

처음에는 부엌에 들어간다고 뭐라고 하시더니

요즘은 그런 말씀 안 하신다.

엄니는 "네가 밥 해주니 좋다고" 하신다

아버지도 엄니를 더 많이 도와주시는 것 같다.


동생들도 "오빠 멋지다. 고맙다"라고 말이라도

따시게 해 준다.

동생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선물하는 빈도가

더 늘었다.


마지막으로, 자연에게 참 감사한 마음이 든다

호박 이파리며, 머구 이파리며, 둥근 호박이며,

가지며, 무며, 배추며, 당근이며, 마늘이며, 양파며,

이 모든 것들이 자연에서 나온다.


이것들을 되도록 남기지 않고 아껴 먹으며,

덜 버리려고 애쓰게 된다.


도시에 있다가 남해라도 가면 공기가 참 다르고 좋다

이 또한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맛갈라의 현실밥상'이 종착역이라고 말하기엔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음식 하는 걸 즐기며,

소중한 사람들과 나눠 먹으며,

자연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행운이 늘 함께 했으면 좋겠다.


혹시 아직도 자신만의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꼭 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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