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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Nov 11. 2023

본격적인 낭만행정의 시작 1

마을기업 일을 하면서 종말론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다

스웨덴에서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내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지금의 추세로 보면 인간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아 보였다.


중국, 아프리카,  인도의 사람들이 한국과 같은 소비를 한다면, 더 나아가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미국과 같은 소비생활을 한다면 도대체 지구가 몇 개나 필요한 걸까? 2013년 어느 통계자료에 근거한 한겨레 신문기사에 따르면 지구가 4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웨덴에서 비슷한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과연 우리가 지금과 같은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인간은 지구상에서 얼마나 생존할 수 있을까!

비관적이고 종말론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가득 차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해서 맡은 일은 마을기업 지원 업무였다.

지역의 몇몇 분들이 모여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기업을 만들면, 심사를 해서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심사를 해서 선정이 되면 1년 차에 최대 3천만 원, 2년 차에도 심사를 해서 통과를 하면 최대 5천만 원, 2년간 최대 8천만 원이 지원되는 사업이었다.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분들이 대전에서 마을기업을 하시는 분들이었다. 2년 차 심사였지 싶다. 빵과 음료를 만드는 마을기업이었다. 큰 수익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경력단절 여성분들을 고용하고, 수익의 일부를 지역에 계신 어려운 분들에게 빵과 음료로 기부를 하는 곳이었다.

어떤 곳은 공동육아를  통해 여성들이 육아의 부담도 덜고, 자신들의 재능을 찾아 좀 더 자신감을 찾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곳도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적정기술을 활용한 화목난로를 만들어 땔감의 소비도 줄이고, 지역의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난로도 놓아드리기를 원하기도 했다.


현장 심사에 대한 위원회에 올리고, 민간 전문가분들이 참여한 위원회에서 선정 여부를 결정했다.


그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이런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면서, 거시적으로는 종말론적인 입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미시적으로는 조금씩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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