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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Nov 05. 2023

낭만행정의 징조

고시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책을 보다

돌아가신 외삼촌은 사시공부를 하셨다. 실패하셨다.

그게 한이 되셨는, 고등학생인 나를 잡고 고시를 보라고 하셨다. 사법시험이든, 행정고시든, 외무고시든!


부모님도 외삼촌 말씀을 존중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무조건 고시를 봐야 하는 걸로 생각했다.


외교관이 좋아 보여 서울대 외교학교에 두 번 도전했다.

성적에 맞춘 게 아니라 내 욕심에 맞췄다. 두 번 다

보기 좋게 떨어졌다.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아무튼 성균관대 중문학과를 2 지망으로 들어간 나는

1년 내내 형들과 술만 마시다 군대에 갔다.

제대를 하고 외무고시를 준비했다. 그런데 공부하는 과목이 어렵고 재미가 없었다.


좀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게 행정고시 국제통상직이었다. 영어는 좀 자신이 있었다. 전공이 중어중문학이니 제2 외국어는 중국어를 선택했다.

1차 시험은 2번이나 통과했지만 웃기게도 중국어를 못해서 2차 시험은 4번이나 떨어졌다. 1차 시험에 붙으면 2차 시험은 그 해와 그다음 해까지 두 번을 볼 수 있었다.


중국어를 공부해야 할 시간에 돌아가신 김종철 교수가 발간한 '녹색평론'에 빠져 버렸다.

녹색평론, 간디의 물레,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스콧 니어링의 생애를 다룬 책들과 환경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고시공부는 안 하고 엉뚱하게도 읽고 싶은 책들만 읽었으니 어찌 고시에 붙겠는가!

 

난 이렇게 엉뚱했다. 낭만의 한 측면은 이런 엉뚱함이 아닐까? 낭만행정의 징조가 이때부터 보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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