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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무 씨를 심어 볼까?

by 앞니맘


작은 씨앗 세 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속에 숨겨야 하는 일을 잊은 듯 한 참을 들여다보다가 결이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씨앗이 왜 작아요?"

"커다란 씨앗도 있지만 무씨는 아주 작아."

"씨앗이 왜 파란색이에요?"

"원래는 파란색이 아닌데 새들이 먹기 전에 빨리 건강한 싹이 나오라고 색을 칠해 놓은 거야."

"왜요? 왜, 색칠해요?"

원래의 무씨를 보여주고 색칠한 무씨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새들은 씨앗을 좋아해서 땅속에 숨겨 놓은 씨앗도 잘 찾아 내 거든. 그래서 우리가 무씨를 심는 것을 저기 나무 위에서 지켜보다가 날아와서 '냠냠' 먹어치우지."

"다 먹어요? 내 것도 먹어요?"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은 끝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박사님들이 새를 속이는 앗을 만들었어. 씨앗이 아닌 것처럼 색을 칠하고 새가 무씨를 찾아서 먹기 전에 싹이 빨리 나오는 영양제를 칠해 놓은 거야."

다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가락으로 삼각형 꼭짓점을 콕콕콕 눌러서 구멍을 만든 다음 씨앗을 집어넣었다.

"오우! 잘하네."

"선생님이 유튜브 보여줬어요."

내가 미리 찍어 준 영상을 보면서 씨앗 심는 방법을 교실에서 배우고 나온 것이다. 흙을 살살 뿌려서 덮어주고 놀이터로 사라져 버렸다. 그다음 녀석이 똑 같이 앉아서 다른 듯 비슷한 질문을 계속한다. 나는 같거나 다른 대답을 반복하다가 머리를 썼다.

"아까 원장 선생님 나온 유튜브 봤어 ~ 못 봤어~"

"봤어요."

"그럼 들어가서 다시 보여 달라고 하고 또 궁금하면 선생님께 물어봐."

"왜요?"

나는 화구연 할 때처럼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했다.

"목소리가 안 나와."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대화를 듣던 담임 선생님이 나를 보다가 아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이따가 다시 알려 줄게. 씨앗 먼저 심고 놀자."

가끔 이렇게 원장이라는 직책을 이용해서 편하게 넘어가기도 한다.


유치원 교사는 반복되는 질문에 쉽게 지치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학기 초에는 화장실 앞이나 세면대 앞에서 같은 말을 인원수 곱하기 이용 횟수만큼 상냥하게 반복해야 한다.

"선생님 쉬 마려워요."

"신발 갈아 신고, 바지 내리고, 팬티부터 올리고, 물 내려야지. 손 씻고 신발 벗어서 다른 친구 신기 좋게 놓고 나오세요."

교사가 직접 해주는 것이 훨씬 빠르지만 그것은 아이를 위한 교육이 아닌 것이다. 3월 내내 반복하다 보면 몇 명을 빼고는 스스로 잘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이 오늘처럼 새로운 주제나 활동을 하는 경우라서 1년 내내 창의적인 질문이나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왜요? 근데 왜요? 저도 했어요. 저도 갈래요. "

여러 질문과 요구를 합리적으로 들어주고 상황에 맞게 조율을 잘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참 어려운 직업이다.


씨앗을 심고 나면 흙이 마르지 않게 매일 물을 주고 벌레는 없는지 찰하며 기다린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무싹을 보고 있자니 우리 아이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두른다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
다만 필요하다고 신호를 보낼 때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교사와 부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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