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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자니아의 고깔

by 앞니맘


코로나로 인해서 3년 만에 아이들과 먼 곳으로 현장체험을 나갔다. 그동안은 가까운 곳으로 잠깐씩 다녀왔는데 오늘은 잠실에 있는 키자니아로 떠났다. 키자니아는 직업체험을 놀이처럼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는 곳으로 100여 개의 직업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졸업반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알아보고 체험하는 진로교육의 처음이 되는 날이다.


키자니아는 간식을 만드는 곳이나 소방관, 경찰관 체험이 인기가 가장 좋다. 보통 1회 체험 인원이 적게는 4명, 많게는 12명까지 가능하다. 입장이 시작되면 원하는 곳으로 잽싸게 달려가야 한다. 하지만 어른들이 달려가 가방을 던져서 자리를 잡아도 그것은 무효다. 체험하는 아이가 번호표 위에 꼭 앉아 있어야 체험이 허락된다. 처음 키자니아가 생기고 체험을 갔을 때는 자리 선택 때문에 실랑이를 하는 분들이 많았다. 화장실에 가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아서 30분을 기다렸다가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에 인원수를 최소인원으로 짰다. 졸업한 대학생 제자들까지 보조교사로 참여해서 출발하였다. 처음 가는 교사들에게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예를 들어서 두 자리가 비워져 있으면 4명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원하는 아이만 체험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고 나서 또 남은 자리를 찾으세요."

체험을 떠나기 전에 사전 수업을 통해서 원하는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아이들과 이야기했고 체험이니까 한 번씩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대부분 수용하고 출발했다.


나는 경험상 햄버거 만들기가 가장 인기가 있고 아이들이 간식을 만들어서 챙기는 것을 좋아해서 입장하자마자 그 코너로 달려갔다. 벌써 첫 번째 타임은 다 차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기다렸다가 두 번째 타임을 기다리기로 하고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이렇게 오늘의 체험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내 눈에 보였다. 하나는 보호자를 위한 벤치였고 하나는 빈벤치에 올려져 있는 고깔이었다. 고깔에는 타임티켓이라고 쓰여있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에 다녀온다는 표시로 무심하게 보았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우리 아이들처럼 기다리지 않고 시간이 되면 바로 와서 입장하는 것이 보였다. 이 고깔은 추가비용을 내고 예약으로 잡아놓은 자리였다. 엄마가 가방을 던져서 자리를 잡는 대신 돈으로 잡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 감정이 섞였다.


'돈 있다고 티 내는 건가?

아니지 돈이 있어도 줄 서고 기다리는 것도 교육이라서 줄 서는 거지.

나도 딸 데리고 올 때 돈 써야겠다.

그런데 왜 기분이 별로지?'


내 손을 잡고 있던 아이이가 고깔을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원장 선생님 저건 뭐예요?"

"화장실 갔다는 표시 인가 봐. 줄 서기 힘든 장애인을 위한 자리인가?"

나는 대수롭지 않게 장애인이라면 가능하다는 합리적인 이해를 찾아서 진실 아닌 대답을 했다. 똑똑한 교사였다면 이런 기회에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고 돈이 최고라는 경제교육을 시켰을까? 하지만 나는 교육을 시킬 마음도 유아들에게 잘 설명할 자신도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교육이나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또한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을 위한 사업과 아이디어에 줄 서있는 아이들의 마음이나 교육의 가치를 들이대면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딸에게 줄을 세워서 체험하게 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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