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된 아들이 집을 떠난다. 다행히 지역 장학관숙소에 당첨이 되었다. 합격하면 집이 제일 걱정이었는데 '다~ 내가 잘난 탓이다.' 다자녀 특례로 일반 아이들처럼 추첨을 하지 않고 입소 확정이 났다. 서울 한 복판에서 월 13만 원에 1인 1실에 산다는 게 로또만큼 행운이다. 게다가 아들을 관리까지 해준다니 감사할 뿐이다. 자유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고등학교 기숙사 같은 장학관이 싫을 수도 있다. 대학생에 맞게 조정된 규칙들 이겠지만 구속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기숙사 입실 명단을 확인하면서 아들에게 물었다.
"민이는 있어?"
"아니, 집 얻었데. 부잣집 큰 아들 ㅋㅋ"
"너는 부잣집 둘째라서 안돼."
"말 되네."
"군대 갈 때까지만 살아. 그동안 서울 전셋값을 벌어 볼게. 그때는 형하고 같이 합쳐야 할 테니 집이 필요할 거야."
"사는 게 아니라 전세? 우리 집 진짜 가난하구나."
아들은 너스레를 떨면서 장학관도 좋다고 했다.
"여기 친구들이 고등학교 기숙사 동기들이라서 재미있겠어요. 같이 치맥도 하고 라면도 끓여 먹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규칙은 쫓겨나지 않을 만큼 지키면서 즐기면 되겠네."
"아하, 나오고 싶으면 벌점을 받는....."
아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들에게 내 주먹을 들어 보였다.
"어머니, 대신 용돈을 조금 더 올려주세요. 알바를 알아보기는 할 텐데 1학년 적응기간도 있고 예고 출신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공부를 개인적로 많이 해야 따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용돈 얘기 시작할 때만 어머니지. 레슨비에 고시텔비에 형에 비하면 몇 배 들었어."
일단 화재는 돌렸지만 아들 얘기가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알지. 엄마가 제일 고생한 거. 그러니까 학교 가서 잘해야지. 형도 나도 몇 배로 돌려줄 거야. 내 돈 다 줄게."
제일 싫어하는 게 허세 떠는 모습인데 지금 아들이 떨고 있는 허세는 하나도 밉지가 않았다.
"엄마도 작곡 선생님께 들었어. 일단 고정지출 부분이랑 용돈 개념이랑 분리해서 적어봐. 당분간은 학교적응에 목표를 크게 두자. 다자녀라서 등록금도 70%는 나오니까. 열공해서 따라가라."
남들이 보면 우리 집은 재벌집은 아니고 그냥 부잣집? 요즘 예능에서 베팅하는 돈의 액수를 생각하면 부잣집도 많이 어색하다. 여하튼 결혼 전부터 계산하면 30년이 넘었고 결혼 후에도 맞벌이를 20년을 넘게 하고 있다. 주변 지인이나 학부모들에 비하면 학원비로도 지출을 많이 하지 않았다. 명품은 1도 없고 사치하고는 거리가 멀다. 남편은 짠돌이고 아니 자칭 환경 운동가라서 안 쓰는 게 환경보호를 위한 실천이고 미덕인 사람이다. 감사하게도 가족이 병원비나 큰 사고는 없었다. 나는 늦둥이까지 삼 남매 모두 자연분만을 하고 몇 시간 만에 벌떡 일어나서 미역국을 들이켰다. 그런데 난 아들의 장학관 당첨에 이렇게 기뻐하는 형편과 직면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런 고민을 시작하고 내가 친정 엄마에게 배운 대로 자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성실하게 일해서 저축하는 모습, 빚을 지면 하늘이 무너진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30년을 살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다. 돈이 돌아가는 모습이 변했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에 따라 내 아들이 재벌집 둘째도 될 수 있고 내가 흙수저 부모도 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 글에서도 진작 밝혔지만 이미 부자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50년 전 내가 배운 우리 엄마의 자산 운영 모습을 따라 하게 할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되면서 나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축만이 살길이라는 생각 해서 일단 벗어나서 다른 투자는 무엇이 있는지도 알아보고 빚을 진다는 것이 망하는 지름길이 아니라는 점도 조금씩 납득하고 있다. 가끔 주식채널을 보면서 공부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내가 벌어다 주는 돈이 부족한가? 마누라가 돈독이 올랐나?' 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은 직업 외에는 머리 쓰는 걸 싫어한다.(본인이 인정해서 옮김.) 공부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공유하게 되면 '엄마가 갑자기 돈이 필요한가'라고 의심스럽게 보기도 한다. 남편과 비슷한 성향의 큰아들에게는 '아빠처럼 엄마한테 돈 다 갔다가 바치고 살 것 아니면 귀찮아도 관심 있게 공부해야 한다.'라고 윽박 비슷하게 투자 관련 사이트를 공유하고 투자도 하게 한다. 학비가 적게 드는 대신 적금납입금 일부를 도와주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이용해서 자산 늘리는 공부를 권유해 보지만 아주 귀찮아한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경제관리에 능한 똑똑한 여자를 만나서 용돈을 받아쓰고 살면 된다. 아들의 성향상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나는 내가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머리는 아파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들이 며느리한테 다 맡긴다고 생각하면 쪼끔 섭섭하다. 하지만 나 같은 며느리면 일단 재산을 많이 증식하지는 못해도 헛튼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 플러스 경제에 밝은 똑똑한 며느리가 바람이다. '그렇다고 돈만 아는 며느리는 질색인데...' 요 문제는 아들의 인생에 맡기고 나는 퇴장하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제 20살이 된 둘째 아들에게 제대로 돈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하게 하고 싶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함께 채워가며 공부를 하다 보면 엄마와는 다른 시대를 사는 아들이 스스로가 만족하는 행복한 부자로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님들은 아들에게 얼마의 용돈을 제시하고 어떤 운영 방법을 제안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