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들고 들판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냉이를 찾고 있는 것이다.논과 밭 옆에는 지자체에서 배달한 퇴비들이 쌓여있고 길가 주택의 주인아저씨가 과일나무 전지를 한다. 봄은 이렇게 사람들의 움직임과 함께 다가오고 있다.
나도 겨울에 하다가 남긴 과일나무 전지를 하고 병충해 방지를 위해서 농자재 파는 곳에 가서 유황을 사 왔다. 싹이 트기 전에 코팅 소독을 해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텃밭에 제일 먼저 심을 것은 감자다. 미리 씨감자를 준비해서 감자의 정아(감자의 씨눈이 발달한 곳)를 키워서 심어야 한다. 처음에는 먹다가 깜박해서 싹이 난 감자를 무턱대고 심었다. 엄마가 농사짓는 것을 보면서 아무거나 아무 때나 땅에 묻으면 그것이 농사라고 쉽게 생각했다. 가끔 시기가 맞으면 감자를 수확할 수도 있었다.
"감자씨는 있어?"
"감자씨가 따로 있어?"
엄마가 물어보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렇게 마구잡이로 심고 '감자가 왜 안 생기나?'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씨감자로 사용될 감자는 가능한 한 각종 병(바이러스, 곰팡이 및 세균병)에 걸리지 않은 깨끗하고 순도가 높은 감자여야 한다. 씨감자는 주로 한지나 고랭지산(産)의 씨감자가 사용되며, 감자농업을 하는 많은 국가들은 병충해가 없는 무병, 우량품종의 씨감자 대량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전에는 씨로 쓰기 위해서 감자를 수확해서 좋은 것만 골라서 몇 달 동안 잘 보관했다가 심었다.생각을 더듬어 보니 봄이 되면 엄마가 땅속에 묻어 두었던 작은 감자를 꺼내서 조각으로 잘라서 바가지에 담아 놨다가 심은 기억이 난다.
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감자를 심을 때는 근처 농약사에서 씨감자를 구입했다. 아무 때나 가서 씨감자를 달라고 하면 되는 줄 알았다.그런데 그것도 다 시기가 있다.대부분의 농부들은1월에 미리 예약을 해야 3월에 받아서 심는다. 이사 와서처음 몇 년은 박스로 구입해서 200평 정도를 심었다. 수확한 감자를 여기저기 나눠먹는 기쁨을 즐기기도 했다. 그런데 감자를 캐고 나서 대상포진을 앓았다. 그 뒤로 나누는 기쁨을 접고 내 몸을 챙겼다. 요즘은 가격이 조금 비싸 기는 해도 유치원 아이들의 체험과 가족이 먹을 만큼 소량만 인터넷에서 구입해서 심고 있다.
2월 말쯤 구입을 해서 서늘한 방안에 놓았다가 정아가 조금 자라면 3월 말에 심기에 적당해진다.
심는 시기에 구입을 해도 상관은 없지만 좋은 씨감자를 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정아가 제대로나오지 않은 상태로 배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2월 말쯤 미리 주문해서 관리를 했다가 심는 것이 좋다. 이렇게 씨감자를 구입하는 것이 감자심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