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대파
고추, 참깨
고추는 병이 많아서 조금만 심었다. 처음 몇 년은 무농약으로 제배하면서 고추가 병이 들기 전까지만 따서 말리고 고추를 포기했었다. 그러다 보니 김장 고춧가루 정도 만들기도 힘들었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건조에도 문제가 생겼다. 적은 양의 고추 때문에 건조기를 구입하는 것은 가성비가 너무 비쌌다. 그리고 약까지 주면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농사를 전문적으로 짓는 분께 부탁해서 농약을 적게 한 고추를 구입해서 먹는다. 그래서 지금은 바로 반찬으로 먹는 풋고추랑 청양고추만 심어서 서리가 내리기 전까지 먹는다.
참깨는 깨소금 용으로만 농사를 짓는다. 매년 친정 엄마가 주시는 종자로 파종을 했는데 올해는 모종을 사다가 심었다. 종자가 약간 다른 모양이다. 줄기 아래에는 꼬투리가 달리지 않고 위쪽부터 달리고 키가 큰 참깨 종자다. 아래 꼬투리가 2~3개 벌어지기 시작하면 베어서 말려서 털어야 한다. 깨소금이 되는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참외 * 수박
참외와 수박은 여름 과일이라서 빠지지 않고 심는다. 참외는 매년 5월에 심고 오다가다 순만 질러주면 잘 큰다. 이제 우리 집 밭에서 맛이 좋은 장소가 어디인지 찾는 중이다. 올 해는 입구 쪽 원래 텃밭과 옆집이 담을 치면서 꽃들을 캐고 만들어야 했던 텃밭에 심었다. 종자는 같았고 퇴비도 새로 만든 밭에 더 많이 준 것 같은데 원래 텃밭에서 딴 참외가 더 맛있다. 주변 분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과일값도 비싼데 고맙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가을까지 따먹다가 미쳐 익지 못한 초록 참외는 장아찌를 담는다. 정말로 맛이 좋다.
수박은 작년부터 복수박을 심는다. 모종 판매 사장님이 참외처럼 순을 지르면 된다고 해서 심기 시작했다. 복수박이 껍질까지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매번 수박을 잘 키워놓고 따는 시기를 놓쳐서 못 먹는 것이 많았다. 올 해도 출근하면서 수박을 살펴보고 '퇴근할 때 따야지.' 했던 수박이 갑자기 온 비를 맞고 놀라서 쪼개졌다. 잘라보니 개미들이 시식을 먼저 시작했다. 아깝지만 다 같이 먹고살아야지. 옆에 수박을 따서 쪼개 보니 잘 익었다.
" 대박, 진짜 달고 맛있어. 엄마도 먹어봐." 딸의 리엑션을 보니 진짜 맛있는 게 맞다.
가을 준비를 한다. 먼저 텃밭에 풀을 없애고 밭을 갈아줘야 한다. 대파부터 심고 김장 무씨를 심어야 한다. 말일쯤에는 배추도 심어야 한다. 이 번 주말에 일이 많은데 다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딱, 내가 행복한 만큼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