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말에 심은 마늘을 수확했다. 굼벵이 약도 화학비료도 따로 하지 않고 퇴비만 사용해서 농사를 짓는다. 땅이 건강해져서 지렁이가 많은 건 좋은데 두더지가 밭을 다 파 놓고 다녀서 피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나눠 먹을 각오가 되어 있다.
장마 전에 캐서 창고에 대충 널어놓고 있었다. 주말마다 바빠서 미루고 미루다 보니 마늘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창고에 앉아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앉았다. 빗소리도 함께 들리고 나름 낭만적이다. 마늘 줄기는 잘라서 버리고마늘만 따로 담았다. 원래는 20개씩 엇갈리게 역어서 줄이나 천정 봉에 걸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가져가 먹었는데 그것도 번거로워서 방법을 바꿨다. 묶지 않고 마늘만 떼어서 양파망이나 통풍이 잘 되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아서 주방 가까운 다용도실에 놓고 쓴다.
"그렇게들 하는데 나는 그냥 바로 까서 먹다가 겨울쯤에 냉동할 거야. 귀찮아도 바로 까서 먹는 게 맛있어."
"그게 더 맛있어?"
"난 그게 더 맛있던데 식품 영양학적으로 설명은 못해. 네이버 찾아봐."
"맛있게 먹으려면 귀찮아야 하는 거네. "
"그렇지. 여기 마늘 쫑 머리에 붙은 작은 마늘은 따로 담아줘. "
"이건 뭔데?"
"마늘 씨야. 따로 모았다가 심으면 종자값을 아낄 수 있지."
마늘종을 뽑지 않으면 그 끝에 작은 마늘이 추가로 생긴다. 그것을 마늘 주아(씨앗)라고 한다. 마늘을 심을 때 한쪽에 마늘 주아를 모아서 따로 심으면 통마늘(쪽이 나지 않는 마늘)이 된다. 그 통마늘을 다시 심으면 정상적인 육쪽마늘이 되는 것이다. 마늘 주아를 심는 이유는 좋은 씨마늘을 얻기 위해서다. 같은 종류의 마늘을 계속 심다 보면 병충해에도 약하고 크기도 작아진다. 닭도 자연 부화를 계속하다 보면 근친 교배가 되어서 좋지 않다고 해서 부화시기에 계란을 바꿔주기도 하는데 식물이나 비슷하다. 대량 생산하는 분들은 씨마늘을 구매해서 사용하시겠지만 씨마늘 값을 아끼기 위해서 시골에서는 아직도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짓는다. 나도 그렇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