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가 누웠다.

by 앞니맘
양파들이 시위라도 하듯 모두 누웠다.

이제 뽑아 달라는 신호다. 양파는 수확기가 다가오면 스스로 몸을 눕혀서 알린다. 처음에는 닭들이 그런 줄 알고 닭들을 닭장에 가둬버리기도 했다. 몇 년 농사를 지으면서 닭들에게 오해가 있었음을 알았다. 작년 가을에 양파 모종을 심었다. 양파는 월동을 한다. 봄에 양파를 심기도 하지만 월동한 양파가 훨씬 단단하다. 그래서 보관만 잘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 내 느낌에는 맛도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샐러드용 적색 양파와 일반 양파 두 종류를 심었다. 양파를 뽑다 보니 양파 알의 굵기가 작년보다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양파가 죽은 건 없는데 좀 작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전체적으로 작네."

"가물어서 그런가?"

"비가 안 오기는 했어. 잔디밭에 풀도 다 말랐어. "

"농사짓는 분들 가물어서 큰 일이네."


작년보다 퇴비도 많이 하고 비닐도 새로 씌워서 잡초나 수분 관리도 더 잘했는데 양파가 작은 것이 이상했다. 원인은 비가 문제였다. 마늘 밭은 상추랑 파 밭과 함께 있어서 가끔 물을 줬는데 양파 밭는 따로 떨어져 있어서 신경을 못 썼다. 작다는 잠깐의 타박이 미안하다. 관심을 못 받은 상황에서도 이 정도 자라 줬으니 고맙다.


"자기야, 이거 봐."

"뭐지?ㅋㅋ"

"우리 애들은 골고루 자라서 다행이야."


수확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간을 자라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물론 상세하게 과학적으로 따지면 토양의 위치와 성질, 처음 모종일 때의 환경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나는 양파도 타고난 능력이 다르지 않았을까? 환경을 이겨내는 능력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어떤 양파일까? 우리 아이들은 어떤 양파로 크고 있을까?'


양파 수확이 끝났다. 지인들에게 퍼 주지 않으면 내년 봄까지도 먹을 수 있다. 올 해는 혼자만 먹겠다고 다짐해 본다. 과연 그렇게 될까?


바로 뽑은 양파를 숭숭 썰어서 작년 봄에 담근 막장을 한 숟가락 '푹~'퍼서 식탁에 놓았다.

양파를 잔뜩 넣고 겉절이도 했다.


맛있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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