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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r 08. 2023

과일나무 한 그루 키워보세요.


"약통이 무거워서 그러는데 엄마 좀 도와줄 사람?"

며칠 만에 집에 와서 뒹굴고 있는 둘째 아들을 보면서 물었다. 눈이 마주친 아들이 일어나면서 말했다.

"그럼 이따가 서울 데려다줘요.ㅋㅋㅋ."

"반찬도 해주고 데려다도 주고?"

유황을 탄 약통과 아들을 싣고 텃밭 말고 진짜 밭에 갔다.


이곳은 고구마를 심는 밭이다. 밭을 구입하자마자 가쪽으로 나무를 심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나무를 죄다 심었다. 심고 나서 며칠은 계속 물을 줘야 하는데 방치한 결과 모두 죽었다. 그러고 나서 또 심었다. 이 번에는 몇 년 만에 강추위가 왔고 얼어 죽었다. 이렇게 몇 년을 반복하고 나서  추위에 강하고 비교적 관리가 편한 나무를 골랐다. 작년에 처음으로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밭의 입구에 들어서면서 아들이 첫 번째  나무 이름을 물었다.

"이건 무슨 나무예요? 이거 우리가 심은 건가?"

"너희가 심은 나무는 다 죽고 막내가 심은 것만 살았어."

나는 첫 번째 나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건 벚꽃 나무야. 일 하러 와서 벚꽃나무아래서 도시락을 먹으려고 심은 거야."

"오우, 낭만적인데?"

봄에 일을 하러 오면 그늘이 필요한데 꽃도 보고 그늘도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벚꽃나무를 종류별로 심었다.

그다음은 내가 최애 하는 사과나무를 미니사과와 일반 사과인 부사 나무로 나눠서 심었다. 그 옆에는 감나무다. 단감나무를 심었다가 몇 번을 얼려 죽이고 말려 죽였다. 몇 번을 실패한 단감나무는 포기를  하고 장준감나무를 심었다 추위에 약한 감나무에게는 겨울에 허리띠를 해줬다. 드디어 작년에 식구수에 맞춰서 다섯 개가 열렸다. 감 맛이 끝내줬다. 그다음은 매년 담그는 매실청을 위해서 매실나무도 한그루 심었다. 딱 내가 필요한 만큼만 수확을 했다. 꽃 중에 매실꽃이 제일 먼저 핀다. 벌써 꽃 봉오리가 맺혔다. 며칠 지나면 꽃이 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왕대추나무를 심었는데 이것도 작년에 처음 맛을 보았다. 제일 기득 한 건 매실나무 옆에서 자생한 산딸기나무다. 보살피지도 않았는데 산딸기 밭이 되었다. 작년에 실컷 따먹었다. 약을 주지 않아도 잘 크는 야생 산 딸기는 가지치기만 살짝 해주고 퇴비를 통째로 부어 놓으면 끝이다.


수확의 기쁨도 잠시였다. 일찍 수확한 매실과 늦게 딴 감을 빼고 다른 나무의 열매 99퍼센트 먹을 수가 없었다. 바닥에 미니사과가 빨갛게 쏟아져 있었고 멀쩡해 보여서 한 입 물어본 과일은  썩거나 벌레가 들어 있었다. 이유는 소독을 한 번도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작년에는 과일나무까지 사랑을 주기에 내 몸이 모자랐다. 올해는 꼭 맛있게 먹어주리라는 각오를 하고 첫 번째 소독인 유황소독을 하러 온 것이다.


 마당에는 딸이 좋아하는 10년 넘은 사과나무와 체리나무, 블루베리, 샤이머스키 소독을 먼저 마치고 밭으로 왔다. 겨울에 하다가 다 못한 전지도 하면서 짧은 대학 이야기도 들으면서 유황 소독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과일나무 전지는 어렵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 여기저기  전문가들의 영상을 보배워하다가 지금은 대충 감으로 하면 과일이 잘 열린다. 과수 농사 전문가들이 보면 어설프겠지만 나름 만족한다. 그리고 과일나무를 잘 키우려면 농약가게 사장님하고 친해야 한다.

"사장님, 요즘은 무슨 소독을 해야 하나요?"

물어보면 과일나무 종류와 과일나무 상태를 물어보고 상태에 맞는 소독약을 주신다. 어떤 날은 사진을 찍어서 가져오라고도 하시고 집에서 쓰고 남은 것을 찍어오라고 하면 그것을 빼고 알려주신다. 나도 처음부터 농약을 쓴 것은 아니다. 무농약을 하는 여러 방법으로 만들어서 줘보기도 했지만 과일나무는 역부족이었다.


는 아직도 약을 하나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판매용이 아니고 내 가족이나 이웃의 입으로 들어가니까 예쁘지 않고 조금 벌레가 먹어도 상관이 없다. 가끔은 돼지감자잎이나 식초, 막걸리, 감초등 여러 가지 방법을 쓰기도 한다. 또 나만의 비법은 비가 내린 다음에는 수돗물을 이용해서 한 번 뿌려주면 병충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이 되어서 나도 그렇게 한다. 과일나무도 여름에 비가 오고 나면 소독을 해야 하는데 수돗물로 한 번 뿌려주고 소독을 하면 훨씬 효과적인 것 같아.(주관적 판단)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집 둘레도 할아버지, 아버지가 심어 주신 과일나무가 가득했다. 그 나무들은 계절마다 나에게 커다란 행복을 선물했다. 시절마다 열리던 간식 나무 밑에서 까치발을 들고 따먹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침이 고인다. 산과 들을 다니면서 벗찌, 산딸기, 머루, 으름, 개암을 따먹고 집 마당에는 앵두, 살구, 자두, 복숭아, 사과, 배, 고염, 감, 밤나무가 계절마다 나에게 계절의 맛을 제공했다. 이제 곧 산림조합에서 나무시장이 열린다. 나무종류도 다양하고 바로 열매가 열리도록 키운 나무도 판매를 한다. 나는 묘목을 심어서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산림조합에서 판매하는 나무는 가격이 다른 곳보다 저렴하다. 이곳에서는 참나무에 버섯효모를 심은 통나무를 판매한다. 그늘에 놓고 가끔 뒤집으면서 물이나 쌀뜨물만 자주 주면 표고버섯을 키워서 먹을 수 있다.


전원주택을 선택하셨다면 3월 말에 묘목시장에 들러서 과일나무도 몇 구루 사다가 심어보시기를 강추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데도
우리 아이들과 손주들을 위해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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