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유치원 교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상사의 남편이기 전에 동네 작가 이면서 가끔 유치원 도우미였던 남편을 보내는 마음은 남달랐다. 내가 없는 사이 유치원 일은 물론 매일 저녁마다 찾아와 주고 발인 날 새벽에도 다녀간 동료들의 마음은 가족과 같았다.
"**아빠 보내는데 모두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요. 덕분에 잘 보내주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실감도 안 나고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서 생각이 많아집니다. 출근 전에 처리해야 하는 일을 오늘부터 하려고 하는데 사망신고 하러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네요. 유치원일도 걱정이 많은데 일단 집안일 처리를 하고 출근을 해야 유치원에 집중할 거 같아서 이 번 주는 집안일을 하겠습니다. 나 없어도 잘하고 있지만 그래도 미안합니다. 월요일에 아무 일 없듯이 평소랑 똑같이 갈게요. 깔깔깔 웃으면서 떠들고 간식 먹고 있어야 합니다. 어색하게 굴면 진짜 슬플 거예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나의 단체 문자를 받고 개인톡으로 답장이 왔다.
"원장님 파이팅!!!!! 많이 도와드릴게요.
전 눈물이 많아서 원장님 얼굴을 보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으니 눈을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 ㅠㅠㅠㅠ
저도 이렇게 믿기지 않은데 원장님은 더 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주말 동안 많이 이겨내시고 다음 주에도 너무 무리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저희 자리에서 열심히 할게요!!"
유치원에서 눈이 가장커서 눈물이 많기로 소문난 강 선생님께 긴 답장이 왔다. 아마 이 답장을 쓰는 동안에도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다.
"안녕하세요. 나 없어서 좋았죠?"
"그럴 리가요. 아침 못 드셨으면 드세요."
교사들은 내가 부탁한 대로 1주일 전과 똑 같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강 선생 님은 진짜 나랑 눈 안 마주치려고 2층에서 안 내려왔네."
"맞아요."
오후에 어쩔 수 없이 복도에서 마주쳐야 했고 말할 틈도 없이 울어버렸다. 강 선생 부부가 작가로서 선배 부부로서도 우리의 찐 팬이었던 그 마음을 나는 충분하게 이해한다.
유치원의 3월은 '바쁘다. 바쁘다.'를 중얼거리면서 일을 하는 시기다. 그런데 많은 일을 맡고 있는 내가 빠졌으니 우리 선생님들의 발걸음은 경보선수 이상으로 움직였을 것이고 퇴근 시간보다 야근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걱정해 주고 모든 일을 척척해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빨리 내 자리를 찾아야 했다.
출근을 하고 2주가 지나고 있었지만 3월 초부터 밀린 일은 줄어들지 않았다. 딸이 1주일 동안 체험학습을 가고 집에 없는 사이에 밀린 일을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내 퇴근 시간도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퇴근한 유치원에 남아서 일을 더할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는 나한테 창문 너머 주창장에서 퇴근한 줄 알았던 강 선생님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원장님 언제까지 일 하실 거예요?"
"고민 중."
"저녁 드시고 하세요. 막내 없다고 식사 안 하시는 거 아니죠?"
나는 밥 한 끼 사야겠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기로 했다. 장례식에 찾아와서 눈물을 훔치던 강 선생님 남편은 유치원 2회 졸업생이다. 남편의 찐 팬으로 애들하고 사인을 받으러 집에 왔을 때 그림 그리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며 신기해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남편과 술약속을 정하고 시간을 맞추지 못해서 몇 번을 미루다가 결국 약속은 성사되지 못하고 아쉬는 이별을 했다.
"식사대접 하고 싶었은데 원장님 상태를 눈치만 보고 있었어요."
"나를 이렇게 살펴봐주고 있었다니 제가 고마워요. 술 한 잔 하기가 참 힘들었네요."
"그러게요. 빨리 마셨어야 했는데 참 아쉽고 마음이 그래요."
"요즘 힘들어한다고 강 선생님한테 얘기 들었어요. 그 마음 고마워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더 잘해줄걸. 그냥 맘대로 하게 잔소리하지 말걸.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둘이 더 대화도 많이 하고 챙기면서 행복하게 살아요. 우울하다. 인생 별거 아니네. 하면서 혼술 하지 말고요."
밥맛은 느끼지 못했지만 남편을 애도하고 나를 걱정하는 찐 팬의 마음은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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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떤 날로 미루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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