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최고의 뷰가 되었던 시절

by 앞니맘


나무와 풀 속에 숨어버린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내 발을 옮겨 들어갈 수는 없지만 어디가 입구이고 어디에 창문이 있는지 마음속 기억의 걸음을 옮겨 너와 나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본다.


초록색 몰딩으로 테두리가 된 천정과 짙은 연두색 싱크대 있던 곳.

커다란 설계용 책상과 쉴 수 있는 작은 침대가 놓여있던 곳.

연두색 블라인드를 접으면 커다란 액자로 변하는 창문이 있던 곳.


책상에 얼굴을 바짝 대고 만화를 그리던 작가는 초록색 뚜껑의 스탠드 불을 끄고 개를 들면서 두 팔을 서서히 올려 웅크렸던 몸을 일으켰던 곳.

배꼽이 보일 정도로 두 팔을 올리고 액자를 대신하던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의 풍경화를 바라보던 곳.

그림을 따라 한 발 한 발 옮기며 매일 미세하게 변하는 연이 마련한 갤러리의 그림을 감상했던 곳.


너는 만화를 그리고 나는 지우개질을 하고

너는 기타를 치고 나는 노래를 불었던 곳.

너와 나의 달콤 쌉쌀했던 믹스 커피 향기가 아직도 껴지는 곳.


이제 누구의 것이 되었는지 묻지도 않고 알고자 하지 않는 곳.

버려진 모습으로 나를 맞이하고 있는 사연 많은

너의 첫 번째 작업실이 나는 또 아프다.



25 년 전에도 나는 꽃이 아니라 벌이었나 보다

연재 때문에 움직 일 수 없는 꽃과 같은 남편을 찾아 주말이 되면 날갯짓 대신 버스를 타고 이곳에 날아왔었다. 아니, 나는 날개 달린 꽃이었고 남편은 움직이지 못하는 벌이라고 해야 맞을까?

누가 꽃이고 누가 벌이면 어떤가 서로가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였고 행복이었는 것을...


그때는 너와 내가
서로의 가장 멋진 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