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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ul 21. 2023

돌아온 검정고무신 저작권


캐릭터 사업을 위해서 저권 등록이 필요하다는 말을 믿고 공동저작자로 등록했던 2008년 6월 27일, 그날의  기록을  말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2020년 몸을 실었을  저작권위원회 엘리베이터문 앞에 2023년 5월 내가 서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을 대신해서 저작권위원회를 찾아가고 있는 동안 내 마음은 복잡했다. 남편은 저작권 말소를 위해서 형사고소를 했었다(허위등록죄), 검찰이 이 부분에 지식이 없었는지 아예 판단도 안 하고 불기소 처분을 해버렸다. 제대로 수사만 했었다면 나는 오늘 이곳에서 떨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해서 남편이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아직도 이곳의 문은 열리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의 사망 후에 언론에서 저작권문제가 언급되면서 비슷한 재판을 하고 있는 작가님께서 연락을 해다. 언젠가 남편이 협회에 다녀와서 혼자서 저작권 재판을 하는 대단한 작가랑 얘기를 했다고 칭찬했던 그 작가였다. 

"사모님 제가 작가님을 협회에서 뵌 적도 있고 사건에 대한 말씀도 들어 봤어요. 이렇게 되기 전에 도와 드려야 했는데 저도 대형 플랫폼과 싸우고  있었고 갑자기 희귀병에 걸려서  연락을 못 하고 있었어요."

이렇게 시작된 대화는 여러 차례 재판의 내용을 공유했고 저작권등록이 허위등록된 시점부터가 문제라는 판단을 내렸다. 가는 본인이 긴 재판을 통해 터득한 저작권법을 총동원해서 저작권위원회 담당자들과  며칠, 몇 시간을 내 대신 상담을 해줬다. 상담이라기보다 피 터지는 싸움 같았다.

"작권위원회에 말소 청구를 하세요. 받아주지 않으면 행정소송 하세요. 재판 결과 기다리지 마시고 직접 하세요. 할 수 있어요. 도와드릴게요."

작가의 단호한 요구에 나는 당황했다.

'다른 기관에서 불리한 결정 판결을 받으면 오히려 지금 소송에도 불리한 영향이 있다. 재판에 승소하고 그 판결문 가지고 오면 자동말소 시켜준다.'라는 쉬워 보이지만 확률 게임 같았던 말들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작가님, 조금 더 알아보고 결정을 내릴게요."

나는 어느새 걱정과 두려움만 남아 있는 겁쟁이가  것이다.


'내 탓이오.'가 편해서 그렇게 살다가 '네 이야.'로 돌리고 싶은 마음 저작권위원회의 결정에 대 제점을 찾고 있다. 사업을 위해서 등록을 하려고 했을 때 그것을 제대로 검토했고 등록 제도가 제대로 발동만  했다면 이런 등록은 허가되지 않았을 것이. 생각할수록 아쉬운 마음은 저작권위원회 을 하는 것이 마땅하게 느껴졌다.


저작권등록에 대한 개념도 미비 했고  등록 자체가 필요 없던 남편이 캐릭터 등록을 하고 오던 날  내가 물었다.

"공저작권등록을 어떤 식으로 해?"

"그림 그려주고 지분 나눠서 쓰고 냈지."

"간단하네. 자기가 작가인 거 알아?"

"아니, 출판사 상무가 접수하고 우리는 로비에서 기다렸는데."

"헐, 진짜 별거 아니네."

지분이라는 것이 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나눈다고 이해했고 단행본 연재 당시에 받았던 지분을 토대로 형설과 동생에게 나눠서 등록을 해줬던 것이다.

"우진이도 나 군대 갔을 때 그렸으니까 지분 조금 나눠서 등록했어."

"도련님 그렇다 치고 그 사람저작권등록이 되는 게  맞아? 더구나 미 연재도 끝난 건데?"

"등록이 되니까 해줬겠지? 법적으로 안 되면 안 된다고 했겠지."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은 부부의 대화다.

교묘하게 자기 지분 등록을 하게 하고 이것을 이용해서 말도 안 되는 분배 등에 써먹는 일이 될 줄 그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설령 남편이 나쁜 마음으로 회를 속이등록을 하려고 했다 하더라도 이미 연재가 끝나고 45권의 단행본이 나온 상태의 캐릭터였는데 인터넷  검토과정 한 번만 쳤어도 등록 허가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남편이 자책에 자책으로 자신의 영혼까지 병들어 가는 동안 저작권위원회는 왜 이리 당당하게 문을 닫고 있었던 것인지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기에 우리가 너무 낮은 위치에 있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억울한 마음도  커져 갔다.


방송에서 계속 남편의 이야기와 저작권 관련 뉴스가 방송되는 시점에 변호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모님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직권말소를 위해서 절차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담당자께서 전화를 하셔서 말소신청서를 위원회에 제출해 달라고 연락을 하셨습니다. 원래 이게 당사자에게 신청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저작권위원회에서 직권말소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위원회에서 요청이 왔다는 건 정식으로 직권 말소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물론 100% 말소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는데 일단 정식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4월 3일 저작권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저작권위원회가 생기고 첫 번째 직권말소가 진행되는 순간이었다. 신청서가 접수되고 접수서류를 바탕으로  조사를 하고 직권 말소 대상에 해당이 되는지 자체 협의가 끝난 후에  청문을 연다연락을 받고 저작권위원회찾아온 것이다. 


5월 30일 남편이 살아서 말소를 간절하게 원했던 저작권 위원회 방문을 위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청문장소 안은 딱딱한 분위기에 청문을 주관하는 위원장이 반대편 중앙에 앉아 있고 양옆에 저작권 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이 자리를 잡고 우리는 위원장 반대편에 앉았다.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법률적인 질문과  등록당시 상황 등 다양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 있으시면 하십시오."

나는 잠깐의 틈을 갖고 담담하게 말했다.

"검정고무신 캐릭터는 남편의 것입니다. 남편은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지만 캐릭터는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 주세요."


청문을 마치며 인사를 나누고 일어나는 순간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도 벽처럼 느껴졌을 남편 마음이 내 가슴에 스며들었다. 갑자기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제대로 울 수도 없었을 남편은 어디로 숨고 싶었을까.


2023년 7월 13일 문자가 도착했다.

<저작권 등록 직권 말소 처분통지서>가 오늘(12일) 배달증명우편으로 발송예정입니다. 저작권법 제55조 4 제1항에 따라 귀하가 2008년 6월 27일에 등록한 C-2008-007131~9 총 9건에 대하여 그 등록을 직권으로 말소한다는 내용입니다. 관련으로 문의사항 있으면 아래 번호로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문자를 받고 생각만큼 기쁘지 않았다. 허무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해할 수 없는 이 감정을 남편이 있는 납골당에 앉아서 잠시 공유하고 돌아왔다. 가 보낸 문자를 본 지인들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준 한국저작권협회와 알게 모르게 응원과 도움을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이런 사건이 없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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