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오늘 전시장에 꽃이 와 있어서 사진 보내드립니다."
전시회 연출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사진을 보니 '한영고등학교 친구들'이라고 쓰여 있는 꽃바구니였다.
오픈식날 직장에 반차까지 내고 참석한 남편 친구 근웅 씨가 떠올랐다.
"친구 녀석들도 사는 것이 그만 그만해서 많이 도움도 못 주고 오늘도 같이 못 왔어요. 죄송해요."
"아닙니다. 오늘 평일이고 다들 바쁘죠. 항상 관심을 갖고 응원하고 있는 거 알고 있어요."
동창회에서 보낸 것은 아니고 그만 그만하다고 말했던 친구들의 마음을 한송이 한송이 담은 바구니가 도착한 것이다. 장례식을 끝까지 함께 해줬던 친구들. 아이 셋을 두고 떠난 친구네 집이 궁금하고 걱정되지만 조심스러워서 안부 전화도 하지 못하고 유튜브나 언론으로 소식을 확인하는 품위 있는 친구들이다.
남편은 서울 한영고등학교 졸업생이다. 동창생들 중에는 연예인들이 많았다.
"진짜 배용준하고 같은 반이었어요? 와~ 신기하다. 학교 다닐 때 어땠어요?"
남편의 졸업 앨범을 펴 놓고 배용준과 같은 반이었던 남편 친구에게 나의 팬심이 가득한 질문을 퍼부은 적이 있었다.
"호리씨는 우영이보다 배용준이 궁금해요? 우영이는 같은 학교 다녔는지 알지도 못하던데요."
남편의 졸업 앨범에서 찾아낸 배용준 사진을 보면서 흥분한 내가 신기하다는 듯 남편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러게요. 동창인 줄을 모르다니요. 말이 돼요?"
남편의 학창 시절 흔적보다 배용준 사진을 뒤지면서 '역시 빛이 난다.'감탄사를 연발하는 나를 보던 친구가
"저는 이우영이나 배용준이나 유명하기로는 마찬가지 같은데요. "
혼잣말처럼 말했었다.
이우영의 팬이 배용준의 팬보다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도 바로 5개월 전까지도
나는 생각하지 못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