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매일 나의 일이우영 작가 전시회 ' 마지막날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내용을 알고 온 분들과 전혀 모르고 온 관람객들의 관람 방법에 다소의 차이는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방문에 감사할 뿐이었다. 남편이 생전에 강의를 하거나 사인회를 하면 '사람들이 많이 와야 힘은 들어도 주최 측에 덜 미안하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그러니 남편도 덜 미안해하고 있을 것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딸아이가 부른 노래가 흘러나온다. 우리 가족을 아는 사람은 남편 사진과 딸의 시를 노래로 들으면서 발걸음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입장 순서처럼 되어 버렸다고 한다. 안내하시는 분들이 우리 가족과의 관계를 알아 첼 수 있을 만큼 반복되는 행동이라고 했다.'누군가 나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은 이런 공감을 말하는 걸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시회를 오겠다는 지인들을 기다리면서 입구에 준비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벽에 쓰여 있는 전시의 서문을 읽던아이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나갔다.
"너무 슬프다. 그냥 가자."
글을 읽다가 말고 아이가 아빠에게 질문을 했다.
"아빠, 근데 작가님은 왜 죽었어?"
아이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이 잠깐 스쳤지만
"어~ 아프셨어."
라고 대답하는 아빠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까지 전시회를 보기 위해 찾아온 지인들이 고마웠고무관심에서 관심을 가져주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재단과 후원회 분들, 모든 방문객들에게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가득 담고 전시회장을 나왔다.
잠깐 실외 벤치에 앉아서 내일 이면 철거 될 철길 건너 전시장 입구에 현수막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지막이 아니라 기억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하늘에 구름은 참 자유로워 보이고 가끔 스치는 바람도 지난여름을 곧 잊게 할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따라 눈을 돌렸다.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나온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사진 찍기에 관심 없는 아이를 부르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누구야, 여기 봐. 아~예쁘다."
아빠의 손을 끌고 가서 보도블록 경계선에 양손을 대고 앉게 하더니 국제육상 선수 포즈로 엉덩이를 치켜 세운 아이가 외친다.
"준비~땅!"
아빠는 아이를 앞지르지 않고 뒤를 따라가 준다. 이 시합을 몇 번을 반복하고 있었다.
불쌍한 얼굴로 엄마에게 다가와서 언니가 놀아주지 않는다고 이르는 동생의 말에 언니를 향해 엄마가 외친다.
"동생하고 사이좋게 놀아야지."
잡아주려는 아빠의 손을 뿌리치고 철길을 아슬아슬하게 걷던 아이가 철길 아래 자갈밭으로 넘어지면서 옆에 함께 걷던 아빠를 향해 울면서 말한다.
"앙~ 여기 아파. 아빠 때문이야."
아빠는 그 억지를 따지지 않고 아이의 다리를 살피면서 말한다.
"괜찮아? 어디 보자."
손자와 손을 잡고 나온 할머니가 철길과 기차를 설명하면서 지나간다.
"할머니가 옛날에 타고 다녔던 기차야. "
가족이라는 제목의 드라마 속에 오늘 각자가 맡은 대본을 가장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오늘 드라마 속에 혼자서 벤치에 앉아서 쉬는 엑스트라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