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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Jan 15. 2024

살다가 살다가 너 지칠 때


"원장선생님 안녕 가세요."

제자를 꼭 닮은 아이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제자가 이의 머리를 숙서 인사를 다시 시켰다. 이렇게 만나는 아이들이 1년에 서너 명은 된다. 같이 늙어 간다고 하면 제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겉모습이 아니라 부모가 되어서 정하고 애쓰는 모습이 비슷하다는 면에서 동료 같다는 의미가 맞을 것이다.


'살다가 살다가 살다가 나 지칠 때...' 쓰러지고 상처 투성이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마음들이 있다. 그것이 바카스 한 일 때도 있고 메모지 한 줄 일 때도 있다. 말없이 안아주 가슴일 때도 있고 꼭 잡은 두 손일 때도 있다.


3월에 장례를 치르고 유치원에 복귀했을 때 책상 위에 홍삼선물이 있었다. 카드에는'원장선생님, 학부모가 아니라 오빠랑 제가 제자로서 보내는 선물입니다.  꼭 챙겨드시고  힘내세요.♡동화, 동현♡'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에 사무실 을 잠갔다. 이렇게 나를 감동시킨 동화가 둘째 출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계속 받기만 했는데 이 번에는 나도 마음을 하고 싶었다.


나는  한 때 바느질이 취미다. 을 보고 독학으로 배웠지만 제법 잘 만들었다. 바느질 취미가 된 것이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중학교 가정 시간에 만든 개더스커트를 시작으로 봐야 할지, 바지단을 줄이려고 미니 재봉틀을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나는 꽤 비싼  오버룩기계까지 갖추고 옷과 소품을 만들었다.  바느질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느꼈던 행복은 상상외로 컸다. 아이들 배넷저고리부터 돌잔치 한복까지 내 손으로 만들어서 입혔고 교사들이 출산을 할 때 신생아 이불도 만들어서 선물했다.


누군가를 위해 바느질을 한다는 것은 한 사람만을 위한 기도와 다.  원단을 고르고 패턴을 그리고 재단과 바느질을 해서 완성하는 동안 주인이 될 사람만 생각하면서 만들기 때문이다. 바느질은 복잡한  생각을 하나로 모아주는 힐링과 집중의 시간이 되는 것이다.


바느질을 하 보면 시간이 걸려도 엉켜버린 실을 하나하나 풀어야 하는 경우가 있고 과감하게 잘라 내고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확한 판단을 해야 원하는 옷을 만들 수 있다. 우리삶과 닮아있다.


오랜만에  인터넷 원단 쇼핑몰에  로그인을 했다. 신생아용 이불과 요솜을 고르고 알레르기방지 원단과 순면 원단을 찾아서 장바구니에 담았다.


드디어 원단이 도착했다. '빨리 만들고 싶다.' 의욕이 생기면서 이른 저녁을 먹다.  도착한 핑크색 원단에 하얀 토끼가 그려진 천을 거실에 펼쳤다.


 "또 뭐 만들려고? 내 코트는 언제 만들어 줄 거야."

거실에  원단을  펼치면 남편이  하던 말이 들리는 듯했다. 남편은 내가 만들어준 체크무늬 셔츠를 좋아했다.


바닥에 펼쳐진 원단을 누름 눌러주고 위에 이불솜을 펼쳤다. 옷이 아니라서 패턴을 그리는 것은 생략하기로 했다. 퍼달 부분 시접을 고려해서 가위질을 시작했다.

"싹싹싹싹..."

을 재단하는 가위 소리는  언제 들어도  희열을 느끼게 다.


이불, 요, 베개를 순서대로 각 2장씩 재단해서 한 옆으로 정리했다.  2층으로 올라가서 2년이 넘게 꺼내지 않았던 오버록기계와 재봉틀을 하나씩 꺼냈다. 재단용 가위와 바느질통 그리고 다리미도 꺼내서 식탁 위에 자리를 잡았다.


오버룩 기계를 이용해서 전체 원단에 오버룩을 쳤다.  원단의 앞판과 뒤판을 마주대고 제일 먼저 지퍼를 달았다. 그리고 나머지를 박았다.

"드르륵르륵드르륵"

새벽 1시가 넘어서 2시가 가까워졌다.  아이들이 자고 있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어버리고 이불 완성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아차, 이러지 않기로 했는데....'  또 까먹었다. 재봉틀을  멈췄을 때 이불 다 완성되어 있었다.


"원장님!^^* 건강하게 출산해서 받은 사랑 다 베풀면서 클 수 있는 아이로 키울게요. 감사합니다."

이불을 전달받은 동화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살다가 살다가  누군가 지칠 때
내가 받은 따뜻한 마음을  
얼마나 나눠 줄 수 있을까?


                      ♡오우!  제법이야. 추 억 소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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