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몰고 왔던 10월이 이제 떠나려 하고 있다. 감나무는 잎사귀를 떨구고 주황색 감만 붙잡고 있다. 나뭇가지가 찢어질 만큼 열린 대추, 두 개를 땄다. 한입 깨물며 단맛에 깜짝 놀라고 대추 씨와 함께 나타난 벌레를 보고 이미 삼켜버린 대추를 뱉으며 호들갑 떠는 딸을 바라보고 한마디 했다.
"괜찮아, 약을 안 줘서 그래."
잘 익은 대추를 골라 한입 물어보고 벌레가 없는 대추만 골라 딸에게 줬다. 감도 달고 대추도 달다. 얼마 전 밭에서 캐온 고구마를 구워 상위에 놓고 총각김치와 함께 먹기 시작했다. 마라탕을 빼고 딸과 나는 좋아하는 음식이 닮았다. 10월은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전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10월이 남긴 것 중에 가장 큰 선물은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다. 대박! 노벨문학상을 타다니.... 매일 화나는 뉴스에 라디오를 멀리하고 오디오북을 듣는 시간이 많았다. 오랜만에 방송에서 들려오는 기쁜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브런치에도 한강 작가의 30년 작가 생활이나 작품리뷰가 가득했다.
한강 작가는 나와 같은 또래다. 같은 일을 30년 넘게 한 것도 비슷하다. 그녀의 소설만큼 아픈 사건과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0년, 작가의 모습만큼이나 잔잔하게 글을 써온 그녀를 존경한다.
30년 넘게 한 길을 걸었지만, 한강 작가와 다르게 미래가 없는 작가가 떠올랐다. 아쉬움만 남기고 떠난 작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미래의 작품을 고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가로서 남편의 일생이 아쉽다.
미래는 없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남편이 최선을 다했던 지난 30년을 찾아 주는 것이다. 남편을 다시 만나는 날, 내가 너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마누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짧았지만 최선을 다했던 검정고무신 작가 이우영의 제대로 된 마침표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