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별밤
“물고기와 산소고기”
내 세계가 푸욱 꺼졌다.
돌이켜보니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언제나 나를 배신했다.
아빠가 악랄한 성격 그대로 살아있을 거라 믿었고,
학창 시절 나를 교묘하게 괴롭힌 그녀가 악이고
내가 선이라고 믿었지만
아빠는 어딘가에서 죽었고,
그녀도 누군가에게는 선했고
나도 누군가에게는 악했다.
선하다고 믿었던 것, 악하다고 믿었던 것,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단시간에 급격하게 흐트러졌다.
신이 없다는 믿음도
신이 있다는 믿음도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었다.
내가 열심히 신념을 유지하면 될 것이라 믿고 있는 상황은
어쩌면 아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열심히 살았던 과거로만 남을 수도 있다.
절대성의 상대화.
절대적인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으로 치환되었다.
이제 나에게는 무엇이든 상대적인 것이었다.
인정하고 나니 세계가 기존과 다르게 보였다.
우주 안, 태양계를 이루는 행성 중 하나인 지구에서만 살 수 있는 생명체인 나.
나는 우주에서 단 하나, 산소가 있는 지구에서만 살 수 있다.
나와 물고기는 과연 다를까?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인간인 나는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넓은 우주에서 단지 지구에서만 살 수 있는 나는
물고기의 명칭이 목숨 하나에 달렸다면,
나 역시 다른 종족에게는 산소고기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인간(명사)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2. 사람이 사는 세상.
3.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 등을 갖춘 이.
인간이 뭐라고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며 자격이나 품격을 갖춘 이에게만 ‘인간이 되었다.’는 표현을 쓸까?
물 없는 곳에서 죽어 가는 물고기가 안타깝다면,
나 역시 언제든 산소 없는 곳에서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인데
산소가 가득한 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물고기를 물 밖으로 거침없이 끌어내고 불쌍하다 여기는 게 얼마나 오만한가.
물고기는 물에서만 살 수 있다
나는 산소 안에서만 살 수 있다
조건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무언가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한다.
나는 산소가 있으니까 안전하다는 건 착각이다.
생명이란 각자에게 허락된 조건 안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이다.
물과 산소의 근본은 같다.
나는 물고기와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물 밖의 물고기를 불쌍히 여기고 우위에 있다고 착각했다.
산소 밖의 나도 별반 다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나는 끝없이 오만했다.
이 착각을 인지하니 비로소 나와 나 외의 생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인간은 늘 착각한다.
‘나는 우위이다.’
‘내 모든 의도에는 이유가 있다.’
‘나는 선하다.’
하지만 조건 하나만 달라져도 착각이 된다.
단지 나는 연약하다는 사실만 자각해도 세계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진다.
나는 물고기와 다르지 않은, 조건 위에 겨우 서 있는 취약한 생명이다.
우위라는 착각을 내려놓고 스스로의 연약함을 바라보는 일,
아마 그 비슷한 어디쯤에서 인간다움, 즉 나다움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안녕하세요
별밤입니다.
이 글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에 붕어빵을 기다리는 중,
작은 붕어빵이 사정없이 널려있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끼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별빛으로 힘이 되어주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시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