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 그대로 날 받아들여줘
드라마는 많고 많지만 볼만한 드라마는 찾기 쉽지 않다. 넘 폭력적인 것은 싫고 촌스러운 연출에 심심하면 나오는 신파, 억지 설정, 뻔한 전개라면 넣어둬넣어둬~하고 싶다. 오죽하면 괜찮은 드라마를 찾으면 아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나.
최근 본 드라마 중 미드 "모던 러브 시즌1" 세련 되고 깔끔하며 군더더기없어서 맘에 쏙 들었다. 감독은 "원스","비긴어게인" 등 음악영화의 귀재 '존 카니' 감독으로 뉴욕타임즈에 연재되고 있는 칼럼을 드라마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물론 배경은 낭만과 사랑이 넘쳐나는 뉴욕이다.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노상카페에서 커피만 마셔도 그림이 나온다는 그 뉴욕~
총 에피는 8편으로 옴니버스 형식에 30분 남짓으로 짧고 시종일관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일단 드라마 시그널이 굉장히 인상깊다. 남녀, 가족, 노인, 흑백, 남남, 여여 등 가지가지 사랑을 담은 스틸컷으로 채워지는 시그널을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갈등, 장벽, 인종, 선입견 심지어 전쟁까지 깨부셔 버릴거 같다. 어느새 말랑말랑 몽글몽글~~난 그중에 3번째, 4번째, 마지막 에피가 특히 인상깊었다. (스포주의!!!)
예쁘고 능력있는 변호사, 누가 봐도 전형적인 뉴욕커 매리(앤 해서웨이)가 어느날 아침 화려한 복장으로 슈퍼에 가서 괜찮은 남자를 만나 말을 걸고 눈빛을 주고 받으며 데이트 약속까지 성공시킨다. 누가 감히 앤해서웨이를 거절할까 마는 그런 그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시도 때도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감정의 기복이다.
조울증이란 것이다. 감정이 최상의 상태에서는 모든 것을 다 해치우고 능력 뿜뿜, 미모 뿜뿜하지만 갑자기 울증이 밀려오면 헤어나올수가 없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럴때마다 그녀의 최대의 도피처, 침대속으로 기어 들어가 몇날 며칠을 나오지 않게 된다.
어릴적부터 학교까지 결석하면서 우울증을 앓고 좀 나아지면 그동안 못배운 부분을 도서관에서 밤을 세워가며 못배운 부분을 따라가며 대학을 가서도 이런 패턴을 반복한다. 직장에서도 나름 능력은 인정받지만 결근이 잦아 주의를 받는 지경까지 이른다.
과연 이 여자는 지긋지긋한 조울증을 떨쳐 버리고 그녀의 맘을 사로잡은 남자와 무사히 데이트를 하고 직장에서도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펼쳐갈 수 있을까?
일단 앤 해서웨이의 눈부신 미모와 함께 망가진 모습이 반가왔다. 누구나 숨기고 싶지만 우리는 조증과 울증을 반복한다. 지나치게 재밌구 좋은 시간이 지나면 그 후에 밀려오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내 감정인데 왜 내가 다스리기가 이리 쉽지 않을까?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사는 능력있는 뉴욕커도 채울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 인생에는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 들여들이기는 쉽지 않지만 내 모습을 인정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적어도 손을 내밀 수 있는,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는 필요한 세상이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