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애 스토리가 극적이고 애틋하지 않을 수가 없을까. 1995년에 만난 우리는 3년 후 98년에 결혼해서 올해로 벌써 25년이 이라니 까먹고 있다가 직장에서 문서 작성하다가 우연히 날짜를 보니 결혼기념일이었다. 그것도 은혼식, 언제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까
여기에서 우리의 연애 스토리를 구구절절 쓰고 싶지 않다. 남편 자랑이나 불만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다.
다만 지금까지 내 옆을 묵묵히 지키고 나의 변화무쌍한 성격을 무던히 받아준 남편한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남편은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는 두 아이의 아빠이며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삼겹살에 소주를 무척 좋아하는 대한민국 평범한 회사원이다.
나이 50이 넘으니 인생의 성적표를 받게 된다. 집은 장만했는지, 자녀는 어느 대학에 보냈는지, 차는 무슨 차를 끌고 다니는지...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이 되었다. 40대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고만고만함이 50대에 들어서는 확연하게 보이게 된다. 삶의 풍경이나 수준이라는 것이
잘 나가는 동료의 남편이나 친구남편 이야기를 들으면 괜스레 부럽고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남편한테도 굳이 안물안굼 한 얘기들을 꼭 들어야 할 소식처럼 얘기했다. 남편은 워낙 성격이 좋아서인지 대수롭지 않게 듣고 또 시답지 않은 농담으로 받아친다. 남편 또한 누구 와이프는 재테크를 잘해서 아파트가 몇채라더라, 자녀교육을 잘 시켜서 대학을 어디 보냈다더라 이런 소리를 오다가다 듣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나의 복, 내 자신의 복이다. 남편 혹은 와이프를 탓하거나 원망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게 나의 삶이기 때문이다. 법륜스님이 늘 말씀하는 본인의 문제가 제일 크다는 것이다.
결혼기념일을 기억 못 했다고 뭐라 할 필요도 없고 선물이 없다고 서운해할 것도 없다. 기억은 나도 못했고 선물은 꼭 나만 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깜짝 선물을 해서 날 감동시키면 또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것도 안 하면 그만이다. 퇴근 후 집에 있으니 갑자기 꽃배달이 왔다. 안 하던 행동을 해서 깜짝 놀랐다. 이왕 하려면 금붙이로 해주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보낸 것이 아니라 친구가 보낸 꽃다발이었다. 그럼 그렇지~
인생의 동반자에서 점점 동업자가 되다가 나중에는 없어서는 안 될 동지가 되는 것이 부부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참 다행이다. 이젠 좀 안쓰럽다. 남편의 흰머리가 자꾸 늘어간다. 아직 풋풋한 청년 같은데...
언제나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행복하고 꽉찬 결말은 드라마에서나 존재할 뿐~
친구의 말처럼 묻고 더블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