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키키 Jan 01. 2024

솔이야~안녕

 솔이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일주일 지나가고 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별, 아직도 솔이 숨결이 여기저기서 느껴진다. 솔이가 좋아했던 바구니, 방석, 스크래처, 사료 다 그대로인데 솔이만 없다. 집은 텅 빈 듯 조용하고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다. 

 솔이는 딱 6년 전 2017년 12월 3개월 정도 된 아기고양이로 유기묘센터에서 입양했다. 첨부터 사람을 잘 따르고 하는 행동이 참 귀엽고 이뻤다. 특히 날 엄청 잘 따랐다. 내가 안방에 있으면 안방으로 오고 마루로 나오면 솔이는 어느새 내 옆에 와 앉아있었다. 그런 솔이는 모두의 귀여움 덩어리였다.

  같이 살았던 양양 이가 갑자기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왠지 솔이가 외롭고 짠해 보였다. 큰애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기묘 까미를 입양했다. 고양이 합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 솔이는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까미는 생각지도 못한 새끼를 출산하였고 그 녀석이 토리다. 고양이 크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라서 토리는 금방 까미만큼 자랐다. 훌쩍 자란 토리는 이번에는 만만한 솔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혈기왕성한 토리에게 솔이는 또 치이기 시작했다. 너무 약하고 여렸던 솔이, 더 적극적으로 보호를 해줬어야 했는데...

 두 달 전에 작은애가 솔이가 숨을 쉴 때 너무 헐떡 거린다고 했다. 왜 그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을까~병원에 데려가봤더니 의사 선생님은 심장은 이상이 없다고 하셨고 다른 고양이들하고 분리를 시켜서 좀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솔이의 숨소리는 여전히 헐떡였다. 그 이후에도 왠지 나아지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가봤는데 기관지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알약을 처방받아서 먹이고 난 후 그래도 안 좋으면 심장 쪽 초음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 솔이와 약먹이기 전쟁을 해야 했다.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솔이는 약 먹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아마 솔이는 우리가 자기를 고문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솔이는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사료를 먹지 않았다. 유난히 입이 짧은 솔이였지만 그래도 사료는 잘 먹었는데... 난 츄르나 고양이캔으로 겨우겨우 먹였지만 그것도 나중에는 자꾸 입을 돌려버려 강제급여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때라도 병원에 데리고 갔음 결과가 달라졌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연휴를 보내고 화요일에 솔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겠다고 맘을 먹고 출근을 했다. 출근하면서 보니 솔이는 늘 있던 방석 위에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솔이한테 엄마 잘 갔다 올게 이따가 병원 꼭 가자하고 집을 나왔다. 점심때쯤 집에 있던 둘째의 울먹이는 전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이가 죽은 것 같다고...

  아~~ 솔이야 그렇게 황망히 떠나다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엄마를 많이 원망하지는 않았는지, 뭐가 급해서 그리 빨리 떠났니... 솔이는 재가 되어 작은 도자기에 담겨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아직까지 많이 힘들다. 한동안은 쉽지 않을 것이다

 솔이를 만나서 우리 모두는 정말 좋았고 행복했다. 누구는 그럴 것이다. 다른 가족한테 더 잘하라고~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를 못 할 것이다. 내가 밥을 주고 똥을 치우고 병원을 데려가고 또 놀아주고 정을 주었으니 가족과 다름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으니 괴롭고 슬프기 짝이 없다. 

 솔이야~널 만나서 엄마는 무지 행복했고 즐거웠어. 네가 정말 보고 싶다. 아프지 않은 세상에서 나중에 다시 만나자~솔이야~잘 가 안녕

작가의 이전글 결혼 25년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