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너져 보고, 그다음을 생각할래
조용한 아침, 조용한 바람
결과 발표는 아침 9시.
합격이라는 말이
내 이름 옆에
조용히,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새겨져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긴장된 마음으로,
그다음의 나를 조심스레 상상해 본다.
미련 없이 쏟아내면
후회도 없을 줄 알았다.
그 말이, 그땐 정말 진심이었다.
그만큼 넣을 수 있는 모든 에너지와 정성,
마음까지 다 쏟아부었으니까.
그러니까 떨어져도 억울하지 않을 줄 알았고,
후회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지금 마음 안엔
찝찝함과 분노,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련이
깊게 남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미련이 남을 만큼만 쏟아낸 걸까.
아니면… 정말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
이번 계기로 알게 됐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자식 일 말고도 더 있다는 걸.
그게 바로 이 시험이었다.
실기 평가,
정답 없는 평가,
정당한 평가란 대체 뭘까.
공정성이라는 말은
왜 늘, 시험이 끝난 뒤에만 회자될까.
시험을 보고 나올 때면
늘 확신으로 가득했다.
이번엔 진짜, 확실하다고.
그런데 돌아오는 건 또다시
불합격이라는 한 줄짜리 통보뿐.
벌써 네 번.
네 번의 절망.
이게 뭐라고.
나는 왜 이 시험 앞에서
매일같이 무너지고,
또 매달리고 있는 걸까.
결과 발표와 동시에
‘불합격’이라는 말이 떴을 때,
나는… 이번만큼은
바로 다음 시험을 접수하지 못했다.
망설였다.
정말 끝인가.
정말 다시 할 수 있나…
혹시 떨려서 그랬던 걸까 싶어
이번엔 우황청심환에 인데놀까지 먹고 시험에 임했다.
몸을 진정시키고,
마음을 붙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하기엔
정말 하루하루가 투철했다.
매일 8시간 이상,
연습하고, 수건을 빨고, 유리볼을 닦고,
그걸 1년 동안 반복했다.
집안일,
사회복지 강의,
과제,
글쓰기,
그리고 그 와중에 실기 연습까지.
이 모든 걸 버텨낸 나인데—
왜 나는 지금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일까.
자격증 필기를 따고 나면
2년 안에 실기를 합격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내 어깨를 짓누른다.
시간은 점점 줄고,
나이 들어하는 도전엔
대충이라는 말이 없다.
모든 게 절실하고,
모든 게 간절하다.
이쯤 되면 묻고 싶어진다.
도대체 나는 어디까지 견뎌야 하는 걸까.
이 자격증 하나로부터
내가 이토록 무너져야만 했던 걸까.
이게,
나를 증명해 줄 유일한 방법일까.
그렇게 자존감은 깎이고,
시험 하나에 쏟아진 감정은
점점 더 커진다.
이 시험은 이제,
자격증이 아니라
존재의 무게가 되어버렸다.
나는 단지 자격증을 따고 싶었던 게 아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충분히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거였다.
그런데 이제는
‘한 번 더 떨어지면,
나는 완전히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여기 있다.
포기하지도,
도망치지도 못한 채
내 마음 안에서
나 자신을 다시 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는 중이다.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살아내는 중이다.
그래서
‘도전해, 하지 마’
수없이 부딪히는 내적 갈등 속에
나는 그냥 이렇게 답한다.
오늘만 무너져 보고,
그다음을 생각할래.
입에 담기도 지긋지긋한 그 말—
불합격.
그게
나의 모든 걸 정의하지 않도록.
오늘은
조용히 나와 타협하기로 했다.
그리고,
무너지는 건
다시 쌓기 위한 힘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을 씁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당신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