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밀도
말을 아끼는 사람은
자주 불편한 사람으로 오해받는다.
가면을 쓴 사람들끼리
익숙한 리듬으로 주고받는 맞장구에
쉽게 끼어들지 못할 때,
그 침묵은 곧
공기를 어지럽히는 침묵이 되고,
그 눈빛은 곧
예민하다는 표정으로 돌아온다.
진실은
가면을 쓴 다수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말보다 표정이 앞서고,
진심보다 눈치가 먼저 반응하는 곳에선
정직한 마음이 가장 먼저 외로워진다.
어쩌면 가면은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의 예의와 배려가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해 줄 때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 가면이 너무 오래 붙어 있으면,
그것이 얼굴인지 마음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가 온다.
가면이 얼굴이 되는 순간,
진심은 밀려난다.
그들은
언제 벗겨질지 모르는 가면 속
두려움을 안고
가짜 신뢰감을 만든다.
그 가짜 신뢰감이 만든 관계는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얕고 가볍다.
어쩌면 그 안엔
처음부터 마음이 없었던지도 모른다.
끝내 깨진 가면 앞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가짜였음을 느끼게 된다.
진심을 지키는 일이
이토록 고립되는 일인 줄,
그때는 몰랐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말끝을 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면을 쓴 이들에겐
맞장구가 진심이고,
침묵은 적의 신호다.
감정은 멀어지고 나서야 말이 되고,
마음은 사라지고 나서야
진심이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진실은 언제나
외로움을 감수한 자에게만 허락된다.
그들은
그게 거짓임을 모르는 게 아니다.
다만, 진실을 마주하기엔
그 불편함이 너무 크다.
그래서 모른 척하고,
말 맞추고,
애써 웃으며
안전한 세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그게 가면이라는 사실조차
끝끝내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외면과 무지가 손을 잡은 그 자리에
진실은 조용히 밀려난다.
진실은 언제부터
사람 수로 정당화되기 시작했을까.
대인관계가 넓은 사람에게
사람들은 더 쉽게 다가간다.
그래서 우린 숨은 보석 같은
사람을 종종 놓칠 때가 있다.
사람 수로 증명되지 않는
진심이 있다면,
그건 대체 누가 알아봐 줄까.
가끔은 묻고 싶어진다.
진실을 내세우지 않았기에
깊어졌다고 말하는 우정이
정말 깊은 것인지.
언제나 진실은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처럼
비껴서 있다.
그래서 진실은 늘
고독한 자의 품 안에만 살아남는다.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을 씁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당신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