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밀도
나는 이제
인생이 반드시
고통이어야만 의미를 갖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삶은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때로는 웃기고,
또 어떤 날은
이유 없이 행복하다.
그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는 게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산다는 건
의미를 한 번에 알아내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며
계속해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나는 오랫동안
플랜 A 하나로만 살아왔다.
물러설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는 건
두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한 가지에 온 힘을 쏟게 만드는
조건이기도 했다.
뒤로 빠질 수 없었기에
망설임보다 선택이 먼저였고,
선택했기에
그 결과를
끝까지 견뎌야 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자주
내 마음의 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과
버틸 수 있는 것,
끝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구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절박함은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자기 자신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그렇게 쌓인 선택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내 기준을 만들어왔다.
신념은
처음부터 확고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다른 길이 없었던 순간마다
내 선택을 책임지며
버텨낸 시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답게 산다는 건
남들보다 특별한 삶을 사는 일이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 안에서
나를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선택이 옳았는지보다
그 선택을
어떻게 살아냈는지가
나를 만든다.
그리고 그 과정을
끝까지 견뎌낸 사람만이
비로소
자기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조금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생에는
플랜 B,
플랜 C가 있어도
괜찮다는 걸.
그건
포기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하나의 길만 고집하지 않아도
나를 잃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나답게 산다는 건
정해진 답을 향해
곧장 달려가는 일이 아니라,
처음 가보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에
더 가깝다.
힘들면
잠시 쉬어 가고,
여유가 생기면
그 자리에
꽃을 심어보기도 하고,
비가 오면
억지로 맞기보다
잠시 비를 피할 줄도 아는 것.
그렇게
천천히,
때로는 멈추고,
다시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꽤 멀리 왔다는 걸.
그때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
이 인생이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었구나.
꽤 찬란했구나, 하고.
삶은
완성이라는 말을 붙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미완성으로만 남아 있지도 않다.
나는 오늘도
나를 알아가고,
오늘의 행복을 알아차리고,
그 순간을
기꺼이 만끽하려 한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
어쩌면
나답게 산다는 건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