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커다란 테이블 하나만 놓고 소파 놓지 않는 거실에 대한 그림이 있었다. 2018년도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들였던 테이블이다. 오래 사용할 것이라고 내게 세뇌했고, 나의 로망을 실현하니 행복할 거라고 정의했다. 그래서, 그때 나에게 나름 거금을 투자해서 마음에 드는 테이블을 오래 찾아서 결정했다. 그러나 사람 마음 알 길 없고 상황은 늘 변하니 그때 마음먹은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다.
넓은 테이블에 손님들도 초대하고, 작업실이 될 때도 있고 식탁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사용했지만 미니멀하게 살고 짐을 줄여 작은 곳으로 이사 가려고 생각하니 이게 짐이다. 마땅히 둘 곳이 여의치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년 초부터 이 아이를 어찌 처분할까 고민하다 결국 집을 내놓기로 한 시점에 큰 짐들을 중고가게에 헐값에 보내어 버렸다. 이아이 외에도 냉장고며, 구입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세탁기, 그리고 오래 함께한 책장까지 모두 정리했다. 이젠 큰 짐이라곤 장롱과 침대를 제외하면 없어진 셈이다.
정리를 했던 것 6월 생각했던 것처럼 집이 빨리 나가지 않았고 지방 근무를 하고 다시 돌아온 곳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없이 서너 주를 보내고 있다. 다행히 11월에 집이 계약이 되었고 11월 이후 난 내가 상상한 미니멀한 삶을 드디어 실행해보게 될 것이다.
이 마음이 또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유롭고, 탁 트인 전망과 원하는 동선을 모두 느끼고 살아보았는데 그놈의 역마살이 문제인지 너무 오래 있었다. 너무 동일한 패턴이 지루하기도 하고, 어차피 집에서 머무는 시간도 길지 않다. 그럼 난 왜 이 짐들과 함께 여기 묶여 있는가? 이런 생각이 든 것이 이런 상황의 근원이다.
살다 보니 냉장고 세탁기 없이도 살만하다.
음... 그러고 보면 정말 필요한 짐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기호를 완전히 빼 버리면 삶의 풍요로운 감성 없이 무미건조해겠지만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지속적이지 않다면 굳이 옆에 둘 이유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짐은 덜고 좀 더 가볍게 살자라는 마음이 자리 잡으니 기호라는 부분을 많이 덜어내야 한다.
그나마 남은 미련은 이곳에 이렇게 남김으로써 털어버리려 한다.
그동안 함께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던 테이블과 여행사진과 여행지 가져온 자석을 온몸으로 버텨줬던 냉장고, 매주 깨끗하게 세탁할 수 있게 해 준 세탁기에게 고마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