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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두 Aug 01. 2024

과감한 기능 제거로 사용자 경험 개선하기

기능은 제품의 가치 전달을 위한 최소한으로, '진짜 가치에 대한 고민'


배경

팔아줘 기획 초반, 당시 리치고는 신규 사용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었어요. 때문에 프롭테크 앱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아이템 중 부동산 시장 상황상 '중개'가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중개 시장 타겟 유저인 '집을 파는 사람(집주인)'과 중개사분들의 의견을 녹여내 '더 쉽고 빠른 중개 경험'을 주자는 비전을 갖고 출시되었어요.


집을 파는 분들은 새로운 중개사에게 설명해야 하는 과정에서 허들을 느꼈고, 원래 알고 있던 중개사 혹은 매매 물건 근처의 중개소에 맡겨버리는 경우가 대다수였어요. 이런 이유로 중개사분들은 사무실 근처의 매물이나 단골 고객 외의 물건 외에는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었고, 특히 새로 개업하신 중개사분들은 공동 중개 위주로만 중개를 하고 있었어요.



리치고가 가지고 있는 여러 부동산 데이터를 활용하고, 낮은 피로도의 매물 등록 UX로 매물만 확보한다면 중개사와의 매칭은 자연스럽게 따라와 앱 내에서 중개가 성사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출시 후 반응은 아주 좋았어요. 매물 등록 퍼널에 입장하는 집주인 유저들의 70%가 매물 등록을 완료했고,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많아지니 중개사분들이 자연스럽게 가입하고, 앱 채팅으로 집주인 분들과 연락을 주고받으셨어요. 또, 유료 상품 전환에도 계속해서 사용해 주셨어요.


그런데 뭔가 이상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유료 상품의 결제율이 점점 떨어지고, 중개사분들의 신규 가입 수도 감소하고 있었거든요.




진행 과정


제공하고자 하는 가치 전달과 반대로 작동하는 기능

결정적으로 팔아줘를 정기적으로 사용해 주시던 중개사 유저분의 "일단 매도자(집주인)가 원하는 가격으로 제안해서 매물만 확보하고, 그다음에 통화해서 조절하죠."라는 인터뷰 내용으로 견적 제안 기능이 처음 의도와 다르게 동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백엔드 개발자분께 요청해 데이터를 확인해 봤더니 실제 채팅으로 공유되는 내용은 견적과 중개 상담이 아닌 연락처였어요.



의아하게도 채팅이 불편하다는 VOC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어요. 집주인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가격 제안과 채팅 기능이 있으니 써야 하는 건가 보다 하고 사용하고 계셨던 거죠. 본인도 모르게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었고, 오히려 '쉽고 빠른 중개 경험' 이란 가치 전달에 허들이 되고 있었던 거예요.


(AS-IS) 앱 실행 → 로그인 → 결제 수단 등록 → 견적 제안 → 채팅 → 답장 대기 → 연락처 공유 → 연결


채팅 기능을 허들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2가지가 더 있었어요.   

정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된 기능이 아니고 오로지 '앱 내에서 상담과 매칭이 완료되어야 한다.'는 제작자의 관점에서 구성된 기능이다.

기능에 따라오는 옵션으로 제품이 복잡해져 유저 인지 부하를 높이고, 구성원조차 헷갈리는 상태이다.


이미 제품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던 기능이기에 따라오는 사이드 이펙트가 클 것이 예상됐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지금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하에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관련된 화면과 UX 플로우를 체크해 가며 불필요한 기능을 삭제했어요. 또, 중개사가 집주인에게 바로 연락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변경했어요.


(TO-BE) 앱 실행 → 로그인 → 결제 수단 등록 → 연결


기능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나니 견적 제안과 채팅 기능으로 인해 따라왔던 복잡한 UI와 정책들이 사라지면서 제품은 심플해졌어요. 리스트가 단순해져 더 많은 정보를 구조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고, 주요 기능인 '매수자 찾기'와 관련 기능을 팔아줘 페이지 내에서 찾을 수 없었던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었어요.


'고객요청', '중개제안' 등 단계별 정책을 삭제해 리스트 UI가 심플해졌고, 더 중요한 정보와 기능을 유저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가설

예상했던 대로 사이드 이펙트가 발생했고, 가장 컸던 이펙트는 [제3자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문제였어요. 채팅 기능을 제거하며 집주인과 즉시 연결이 가능하도록 연락처를 바로 중개사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기존 등록된 매물은 변경되는 약관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했던 거죠.


다만, 리치고는 크고 작은 개선들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약관 변경의 반복으로 유저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어서 더 이상 유저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싶지 않았고, 두 가지 가설을 생각해 봤어요.


1. 동의에 대한 충분한 맥락을 설명한다면, 자연스러운 동의 흐름이 연결될 것이다.

유저들이 가볍게 인지해 조금이라도 피로도를 덜길 바랐기 때문에 [상담을 위한 연락이 왔고 매물을 거래하기 위해 연락처 공개 동의가 필요하다.]는 맥락과 함께, 중개사가 연락을 취한 매물에 한해서만 약관 동의 카카오 알림톡을 보냈어요.


2.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미리 제시한다면 약관 동의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질 것이다.

Value first, cost later

비용을 말하기 전에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토스의 디자인 원칙이에요. 저는 이 원칙을 적용해 보기로 하고, 앱 접근 시 노출되는 페이지에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중개사 리스트를 제공했어요. 집주인 분들이 팔아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치는 '많은 중개사와의 빠른 연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카카오 알림톡을 통해 동의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앱 접근 시 얻을 수 있는 가치 (중개사 리스트) 선제공




결과

기능 제거를 통해서 문제가 실제로 해결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업데이트 전후 3개월씩을 기준으로 결제 건수를 비교해 보았어요. 결과는, 업데이트 이전과 비교해 3개월 동안의 평균 결제 건수가 0.5배 증가하였어요. 또 우려와는 다르게 약관 변경 동의에 대한 집주인 분들의 VOC는 접수되지 않았어요!


또, 불필요한 기능을 추적하고 제거하는 과정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어요.   


사용자도 모르는 잠재적인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신만의 대안을 만들어 내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만 확인하지 않고, 유저의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찾아내었기에 개선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어요.


기능은 제품의 가치 전달을 위한 최소한으로

팔아줘 제품의 채팅 기능은 사용자 관점이 아닌 제작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기능이었고, 장기적으로 제품의 곳곳에서 문제를 만들었어요. '이 기능을 넣으면 더 좋을 거야!'라는 생각은 제작자의 생각일 뿐이었어요.


지속적으로 문제를 추적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팔아줘를 출시하는 데만 그쳤다면 '더 쉽고 빠른 중개 경험'을 전달하지 못했을 거예요.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가치를 전달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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