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리치고는 부동산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프롭테크 앱이에요. 고금리 장기화로 많은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갔고, 이 시기를 노려 높아지는 관심에 따라 경매 제품이 오픈되었지만, 주요 고객은 경매 전문가와 그들의 유튜브 구독자, 혹은 유료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었어요. 지속적인 매출의 발생은 물론 긍정적인 부분이었지만, 걱정스러움이 생겼어요.
리치고 앱은 ‘부동산 데이터를 분석해 누구든지 부자로 가는 내비게이션’을 표방하고 있었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서비스를 이해하기 어렵다니?
매출이 하나의 창구로만 들어온다는 건 해당 창구가 막히면 매출 확보가 불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서비스의 단일 매출 창구,
인플루언서 강의가 사라진다면?
기존 경매 결제 고객의 니즈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리치고 앱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지키기 위해 ‘입문자도 경매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오히려 신규 유저를 확보하고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문제
부동산 경매에 막 관심을 갖게 된 지인분들의 경매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듣고 관찰했어요. 대부분 하는 공통적인 생각은 “손해를 보면 어떡하지?” 였어요. 부동산 경매를 통해 낙찰받더라도 인수받는 보증금이나 세금 등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부동산 가치와 세금과 기타 등등 부가적으로 드는 비용… 이 모든 걸 직접 계산해야 한다니 경매가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다음은 경매 용어에 대해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었어요. 특히 몇몇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켜 유튜브로 강의를 듣기도 했어요. 경매 용어에 대한 어려움은 저 역시도 리치고 경매를 처음 만들 때 겪었던 경험이라 많이 공감되었어요.
가설
그래서 경매 개념을 쉽게 설명하고, 부동산 가치와 세금 등을 리치고가 계산해 알려주면 경매에 대한 어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진행 과정
기능은 제품의 가치 전달을 위한 최소한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백앤드 개발자님도 경매로 부동산을 구하고 계셨던 상황이라, 개발자님께서도 사용자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계셨고, 부동산 데이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조합해 적절한 입찰가를 추천해 주는 로직을 만들어주셨어요. 이 권장입찰가를 제품에 녹여내면서 있었던 갈등과 해결 과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볼게요.
자연스럽게 “권장입찰가를 쉽게 이해시키자.”가 목표가 되었는데,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저는 막대그래프로 직관적으로 안내하자는 의견이었고, 개발자님의 의견은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는 걸 접할 수 있도록 캔들 차트로 표현하자는 의견이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이유를 들어 개발자님을 설득했어요.
저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의 대상은 ‘경매 초보자’인데 여러 데이터가 한 차트에 들어가면 초보자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전에 진행한 아파트 차트 개선 스쿼드에서 헤비 유저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저가 캔들 차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부동산 데이터와 권장입찰가, 최저매각가, 리치고 시세까지 모두 표현했을 때 대응해야 하는 케이스가 너무 많다. 디자인과 프론트에서 대응하기 어렵다.
리치고 앱의 서비스 강점 중 [하나가 많은 데이터를 접할 수 있다.] 이기에 충분히 낼 수 있는 의견이었지만, 저는 ‘입문자도 경매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제품’의 가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충분한 이유를 들어 설득할 수 있었어요. 특히 제작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기능은 장기적으로 사용성에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스펙으로 사용자의 관점에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설득은 성공했고, 막대그래프로 권장입찰가와 리치고 시세, 최저매각가 세 가지 데이터만 집중해서 유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비추천 경매와 추천 경매를 색상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강조했어요.
가장 중요한 3가지 데이터만 직관적으로 비교
복잡한 데이터는 개념을 묶어 인지 비용 낮추기
리치고에서 제공하는 권장입찰가는 총 7가지 데이터와 전문가 의견을 합산해 계산해요. 권장입찰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주의사항, 인수되는 임차인 등 경매 시 꼭 확인해야 하는 정보를 인지할 수 있도록 이 7가지 데이터를 화면에 구현하기로 했어요.
복잡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데이터였기에, 우선 사용자가 정보를 더 쉽게 습득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개념별로 묶었고, 각 데이터의 해석을 명확한 라이팅으로 제공해 이해를 도왔어요. 그리고 실제 경매 참가 시 확인하는 순서가 있다는 PO님의 이야기를 듣고, 해당 순대로 배치해 가이드화했어요. 사용자가 직접 확인해 가며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한 거죠.
STEP 1부터 7까지 실제 경매 참가 시 확인하는 데이터 순서대로 구성
또, 사용자들이 특히 어려워했던 부분 중 하나였던 부동산 경매 용어를 쉬운 라이팅으로 풀어 용어 가이드를 만들고, 용어가 쓰이는 주요 페이지마다 진입점을 만들어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했어요. 용어 가이드는 특히 계산식과 긴 글, 많은 테이블로 이루어진 페이지이기에 단락을 나누고 정보 별로 묶어 인지 비용을 낮추고자 했어요. *아래 이미지엔 일부만 포함되었어요.
라이트 유저를 위한 단건 결제 추가
그동안 경매 상품은 월간, 연간 정기 구독 상품만 판매하고 있었어요. 다만 이번에 추가되는 제품의 경우 ‘경매 초보자’가 대상이었어요. 이들은 전국적으로 물건을 보는 헤비 유저에 비해 특정 물건에만 관심 있는 경우가 많았고, 때문에 정기 구독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런 부분을 고려해 단건 결제를 추가해 정기 구독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결제를 유도했어요.
또, 경매 상품의 진입점은 권리 분석 · 보증금 계산 등 기능별로 굉장히 다양했는데, 결제 페이지에선 경매 상품의 기능이 한 줄로만 표현되고 있다 보니 결제하더라도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결제 페이지 내에 경매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들을 쉬운 라이팅으로 구성했어요.
결과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AI 고수익 경매’ 오픈 이후, 경매 상품의 월 매출이 2개월 만에 128%나 성장했고, 이 중 단건 결제 매출은 무려 45%나 되었어요. 단건 결제는 특정 물건에 관심이 있거나, 월 10개 미만의 경매 물건을 확인하는 라이트 유저들이 결제하는 상품이었기에, 이 결과를 통해 그동안 경매를 어려워했던 입문자 분들의 유입을 가능하게 했다고 추정할 수 있어요.
새로운 기능을 만들면서 배운 점이 많았어요. 제품을 만드는 구성원들은 목표를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기에, 자칫 욕심이 생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사용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했다면 우리의 목표와 방향성 모두를 놓쳤을 거예요. 처음 제공하고자 했던 가치에 집중해 근거를 들어 구성원을 설득했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