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 서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 내 이름을 크게 부르거나
갑자기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순간이면
속으로 작은 파도가 일었다.
‘아, 나 지금 너무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까.’
‘괜히 주목받는 건 아닐까.’
그럴 땐, 얼른 시선을 피했다.
웃어야 할 타이밍에 괜히 입을 다물고,
말해야 할 순간에 목이 막히는 것처럼.
이해 못 받을까 봐,
조금만 어긋나도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그게 부끄러움의 얼굴이었다.
부끄러움은 조용한 감정이다.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한 사람을 안에서부터 살며시 접어버린다.
말을 줄이게 만들고,
표정을 가리게 하고,
가슴속 하고 싶은 말을 조심스레 닫아버린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성격이 조용하구나" 싶을지 모르지만
내면에서는 수없이 많은 말과 감정이
“그건 말하면 안 돼.”
“그러면 바보 같아 보여.”
라는 검열 아래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도 그랬다.
"저는 원래 낯가려요."
"그냥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요."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안에는 아주 오래된 상처가 숨어 있었다.
누군가 앞에서 무안했던 기억,
내가 한 말에 다들 웃었던 순간,
어떤 실수를 했을 때 누군가의 시선이
너무 차갑게 느껴졌던 그때.
그런 경험은 마음속에
'나는 들키면 안 되는 사람'이라는
깊은 감각을 남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정을 “부끄러움”이라 부른다.
하지만 말하고 나면,
들켜도 아무 일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느낀 감정을 꺼내도,
내가 한 실수가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괜찮게 들어준다.
그걸 처음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게 그렇게 창피한 일은 아니었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비로소 숨지 않아도 되는 나를
조금씩 허락하게 된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하지 않고,
어딘가 서툴고,
때론 상황에 어울리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건 그냥 사람의 모양일 뿐이다.
조금씩 그걸 인정하면서
숨었던 나를 꺼내 보는 연습.
그게 어쩌면 회복의 시작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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