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의 흔적을 보듬는 법


어떤 일은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남은 감정이 꼭 크거나 격한 건 아닌데,

문득 떠오르면 가슴 한편이 조용히 조여 온다.


"그땐 내가 좀 더 따뜻했어야 했는데."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때 그냥 넘어가지 말고 도왔어야 했어."


말로 꺼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이런 생각들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를 머뭇거리게 하고,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고,

또 다른 선택 앞에서 자꾸 움츠러들게 한다.


죄책감은, 어쩌면 가장 오래된 감정 중 하나다.

어릴 적 부모님의 얼굴을 살피며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스스로를 탓하던 그 순간부터

이미 우리 마음엔 죄책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죄책감은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중요한 가치를 어겼다고 느낄 때 생긴다.

그만큼 양심이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죄책감이 자리를 떠나지 않을 때다.

이미 지나간 상황이고,

그 순간의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때의 나’를 자꾸 비난하는 일.


그럴 땐 죄책감을 없애려고 애쓰기보단,

그 감정이 남아 있는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

회복의 시작일 수 있다.


“내가 왜 아직도 이 일에 마음이 걸릴까?”

“내가 진짜 원했던 건 뭐였을까?”

“그때의 나, 그 상황에서 정말 잘못한 걸까?”


이렇게 묻다 보면

죄책감 뒤에 숨어 있는

슬픔, 외로움, 후회 같은 감정들이

조금씩 그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하나하나

차분히, 천천히,

무릎 꿇고 앉아 보듬어줄 수 있다면

죄책감은 차츰 우리를 놓아주기 시작한다.


죄책감을 완전히 지워낼 순 없다.

하지만 그 흔적을

비난이 아닌 이해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다정해진다.


과거의 내가 놓쳐버렸던 마음을

지금의 내가 보듬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회복의 길 위에 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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