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타인을 넘어 나 자신에게로


가끔은, 누군가를 용서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아프다.

문득 떠오르면 입술을 깨물게 되고,

괜찮다고 넘겼던 그 장면이

몇 년이 지나도 또다시 내 앞에 선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화가 난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그때 아무 말도 못 했던 나 자신에게

더 미안하고, 더 화가 나 있던 거였다.


우린 늘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 괜찮다고 넘기고,

사소한 일로 오해 사지 않으려 조심하고,

실은 아파도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눌렀다.


그러다 보니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

그 상황을 참고 넘긴 내가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건 진짜 이상한 일인데,

그렇게 스스로를 탓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참 많다.


그래서 진짜 ‘용서’는

그 사람에게 괜찮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이다.


그때 왜 울지 못했는지,

왜 아무 말도 못 했는지,

왜 참아야만 했는지.


그 모든 이유를 다 들어준 뒤에

“그럴 수 있었지” 하고

내 어깨를 툭 건드려주는 일.


용서는

그렇게 돌아가는 일이다.

상대를 향하던 마음을 걷어

내 안으로 천천히 돌려주는 일.


지나간 일인데 왜 아직도 마음이 아프냐고

누군가 말하면

이제는 웃으며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의 나는

혼자서 감당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그 마음을 꼭 안아주고 싶어요.”


그게 바로

진짜 용서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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