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몸이 먼저 아프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자꾸 두통이 오거나
어깨가 단단하게 굳고
숨을 깊게 쉬는 게 어렵다.
그럴 때면 처음엔 이렇게 생각한다.
“잠을 잘 못 잤나?”
“요즘 일이 많았지.”
“피곤해서 그렇겠지.”
맞는 말이다. 피곤해서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자꾸 반복된다면,
몸이 먼저 ‘뭔가’를 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상담실에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요. 그런데 병원에 가도 이상이 없대요.”
“피검사, MRI, 다 해봤는데도 아무 문제없대요.”
그럴 때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요즘, 마음은 괜찮으세요?”
그러면 대부분 눈을 피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사람은 마음보다 몸의 이상을 먼저 알아차리곤 한다.
특히 ‘말하지 못한 감정’이 많을수록 그렇다.
화났지만 꾹 참았던 날,
슬펐지만 아무 일 없던 척했던 순간들.
그 감정들은 어딘가로 흘러가야 하는데
그게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면
대신 몸이 신호를 보낸다.
소화가 안 되고,
가슴이 답답하고,
몸에 힘이 없고,
자꾸 잠이 오거나, 반대로 잠을 못 자거나.
이를 심리학에서는 ‘신체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꼭 용어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삶 속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
몸이 자꾸 말을 걸어올 때,
그건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지금 마음이 좀 지쳤어요.”라는
몸의 방식으로 표현된 언어일 수 있다.
나는 그런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보다 이유 없이 더 피곤하면,
아무리 바빠도 10분이라도 멍하니 쉬어본다.
잠깐이라도 내 몸에 물어본다.
“너 지금 뭐가 불편해?”
“혹시… 나, 무시하고 있었니?”
그러면 때때로,
눈물이 날 만큼 피곤했던 마음이
살짝 얼굴을 내민다.
그제야 알게 되는 거다.
아, 내가 내 마음을 돌보지 못하고 있었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보다 더 정직하게
지금의 나를 보여준다.
그 신호를 애써 무시하거나
“이 정도는 다들 겪는 일이지”라며 넘기지 말자.
그건 몸이 보내는 다급한 편지다.
아직 마음이 말로 꺼내기 어려운 걸
대신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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