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에도 빛은 남아있다


한동안, 마음이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별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였지만,

속은 자꾸만 무겁고 답답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큰 상처를 받은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게 흐릿했다.

마치 안개 낀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보는 기분.


그럴 때면 자꾸만 멈춰 서게 된다.

한 발자국 떼는 것도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도 의심하게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무슨 의미였는지

괜히 혼자 묻고 또 묻게 된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어떤 분도

비슷한 말을 했다.


“아무리 나아가려고 해도, 앞이 안 보여요.

계속 제자리인 것 같고, 괜히 불안해요.”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 안갯속에도, 빛이 전혀 없었나요?”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아니요… 아주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긴 했어요.”

라고 답했다.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희미하더라도, 어딘가에 빛이 있다는 것.

그건 절망과는 다른 감각이다.

어둠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의 조각.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버틸 수 있다.


삶에는 그런 시간이 분명히 있다.

매일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가슴이 먹먹한 날들.

하지만 그 속에도

분명히 빛은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못 본 게 아니라,

너무 흐려서 잘 안 보였을 뿐이다.

그리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날이 쨍할 수는 없으니까.


안개는 결국 걷힌다.

때로는 천천히,

어떤 날은 무심하게,

어떤 날은 눈치도 없이 사라진다.


안갯속을 묵묵히 걸어왔다는 것.

그 자체로 당신은 충분히 잘해온 거다.


지금은 잘 안 보이지만,

당신 안의 빛은 여전히 거기 있다.

희미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그 빛을

오늘도 조용히 따라가 보는 거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심리칼럼 #마음회복 #정서적지지 #감정의안개 #희망의조각 #브런치에세이 #내면의빛 #정신건강에세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작은 성취가 불씨가 되는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