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몰랐다.
아침이 무겁다고 느껴진 게
단순히 날씨 때문인 줄 알았다.
밥맛이 없는 것도,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게 유난히 피곤한 것도
그냥 컨디션이 안 좋았던 거라고 넘겼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무심하게, 무던하게 지나왔다.
그러다 문득, 어느 날 알게 된다.
아, 내가 지금 우울한 거구나.
아주 천천히, 아주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들어 있던 감정이
어느새 나를 덮고 있다는 걸.
우울은 그렇게 온다.
소리 없이, 기척도 없이,
물처럼 바닥에 고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내 걸음까지 무겁게 만든다.
누가 물어본다.
“요즘 어때?”
괜찮다고 대답하면서도
입꼬리는 잘 올라가지 않고,
눈빛은 자꾸 아래를 향한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저 진짜 우울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냥… 좀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럴 때 나는 조심스럽게 묻는다.
“언제부터 그렇게 느꼈는지 기억나세요?”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음… 벌써 몇 달은 된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그사이
감정을 돌볼 시간도,
자신에게 말을 걸 여유도 없었다고 덧붙인다.
우울은 대개 그렇게 자란다.
작은 상처가 덧나듯,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내 안에서 쌓이고 쌓이다
조용히 마음의 기온을 낮춘다.
그래서 더더욱
초기에 알아채기가 어렵다.
너무 일상과 닮아 있어서,
이 감정이 특별한 신호라는 걸
눈치채기 힘들다.
나는 내 마음의 기온을 자주 확인한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진 않은지,
식욕이나 수면 패턴은 어떤지,
사람들과의 연결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진 않는지.
그리고 그런 변화가 있다면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챙긴다.
거창한 방법은 필요 없다.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혼자 공원을 걸으면서 바람을 맞는다.
혹은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쉰다.
그렇게 숨구멍을 만들어놓으면
마음이 조금은 숨을 쉬기 시작한다.
우울은 괜찮다고 말하며 참고 넘길 일이 아니다.
또 ‘이 정도는 다들 겪지’라며 작게 다룰 일도 아니다.
그 감정은,
내 마음이 “조금 쉬자”라고 보내는 신호일지 모른다.
우울하다는 건
내가 아직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감정을 알아채고,
이야기하고,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시 숨을 돌릴 수 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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