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니었다.
정말 별거 아니었다.
책상 위에 며칠째 쌓아뒀던 서류를 정리한 것,
어영부영 미뤄두었던 이메일 하나를 보낸 것,
그리고 늦은 밤,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그 식탁 위 화분에 물을 준 것.
그런 사소한 일들을 마치 큰일이라도 한 듯
“그래, 오늘 이 정도면 잘했지” 하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말을 건넸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밤은 좀 다르게 느껴졌다.
몸은 여전히 피곤했고, 내일은 또 올 텐데도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마음이 조금 덜 흔들렸다.
마치 어디선가 작게 타오르는 불씨 하나가 생긴 것처럼.
우리는 보통,
크고 눈에 띄는 성취만을 ‘의미 있다’고 여긴다.
그렇지 않으면 “이걸 뭐 잘했다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작은 성취는 금세 잊히고,
때로는 스스로 비웃기도 한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그 작고 보잘것없다고 느껴지는 성취가
정말 중요한 시작이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일어나서 세수를 한 것,
제때 식사를 챙겨 먹은 것,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것,
감정을 참고 넘기지 않고 말해본 것…
이런 일상의 순간들이
자기 자신을 회복시키는 불씨가 되곤 한다.
작은 성취는 '나를 다시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믿음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그렇게 축적되며 자란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자라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이 정도로 뭘… 내가 얼마나 무너졌었는데."
하지만 그게 바로 출발점이 된다.
넘어졌던 사람에게 ‘다시 걷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
스스로만이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조용히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당신도, 오늘 그랬을 것이다.
크게 티는 안 났지만,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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