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도
고립감을 느낄 때가 있다.
말은 오가지만 마음은 닿지 않고,
웃고 있지만 어느 순간
혼자인 것 같은 감정이 스며든다.
그 고립은 격리와는 다른 감정이다.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 쌓여 만들어지는 조용한 단절.
내가 말해도 달라질 게 없을 것 같고,
말을 꺼낼수록 더 외로워질까 봐
입을 다물게 되는 감정의 습관.
그렇게 마음은 점점
자기 안에 웅크리게 된다.
사람이 무서운 게 아니라,
다시 외면당할까 봐 조심스러운 것.
사람을 향한 마음이 아니라,
실망을 향한 기억이 내 마음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아주 작은 어떤 계기로
마음이 미세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무심한 듯 내민 말 한마디,
괜찮냐는 눈빛,
아무 의도 없이 건넨 “네 말, 알겠어”라는 반응.
그건 큰 위로나 멋진 공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닫혀 있던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틈을 만들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연결은 드라마틱하게 시작되는 게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이해의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걸.
그리고 그 사소함이
고립에서 연결로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이야기,
표현할 수 없던 감정,
조용히 숨겨둔 상처들이
누군가의 진심 앞에서
조금씩 말을 시작할 준비를 한다.
그게 연결의 시작이다.
나는 지금도 종종 고립의 감정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안다는 것이다.
언젠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 믿음이
내 마음을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가게 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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