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주는 시선.
설명하지 않아도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질문하지 않는 자리.
그런 곳이 있다면,
우리는 굳이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소속감은 그런 곳에서 시작된다.
소속감은 단지 어딘가에 ‘소속돼 있다’는 상태가 아니다.
그건 내가 그 안에
존재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감각이다.
‘어떤 역할’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인정받는 경험.
그 경험이 마음을 서서히 회복시킨다.
오랫동안 혼자였던 사람은
처음엔 그 소속조차 낯설다.
불편하고 조심스럽고,
“내가 여기 있어도 될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자리에 나의 말투, 기척, 표정, 빈자리까지
그대로 스며들기 시작하면
마음은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한다.
그때야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안에서 다친다.
그리고 결국
다시 관계 안에서 회복된다.
그 모든 관계가 이상적일 수는 없지만,
단 한 사람,
단 한 무리 안에서라도
내가 나로 있어도 괜찮은 경험이 주어진다면
그건 그 어떤 치료보다 더 근본적인 힘이 된다.
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
어색한 웃음으로 버티던 내가
어느 날
내 이야기를 꺼냈고,
그 이야기를 그 누구도 고치려 하지 않았던 그날,
나는 처음으로 이렇게 느꼈다.
“아, 나도 누군가의 안에 있구나.”
그 감정은
고립으로 뒤틀렸던 내 자존감을
조용히 되살려냈다.
소속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자리에서 생긴다.
그리고 그 뿌리는
내 마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영양분이 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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