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아래엔 “사실은 너무 속상했어”라는 말이 있다


화를 냈다.

별일 아닌 듯한 대화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 말이 나가고 나서야

스스로도 놀랐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났지?”

“이 정도로 예민한 일이었나?”


그러다 문득

속에서 뻗어 나온 마음이 있었다.


사실은… 그냥 너무 속상했던 거였다.


사람은 종종

분노로 감정을 포장한다.

화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화났어”는 분명한 감정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엔 늘

서운함, 외면당한 감정, 말하지 못한 기대가 숨어 있다.


그건 때로

“왜 나만 이렇게 애쓰지?”

“왜 내 마음은 아무도 몰라주지?”

“왜 나는 늘 이해하는 쪽이 되어야 하지?”

같은 말로 쌓여 있다가,

결국엔 ‘화’라는 이름으로 터져버린다.


하지만 분노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가리는 감정이다.


화의 껍질을 벗겨보면

그 안에는 자주

속상함, 외로움, 상처받은 기대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다.


화를 내고 나서

괜히 미안해지는 이유도

그 안에 있는 진짜 마음은

사실은 다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누군가가 갑자기 화를 낼 때

그 말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그 말이 왜 나왔는지,

그 사람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는지,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려 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묻는다.

“너 지금, 화난 게 아니라

속상한 거였지?”


그 질문 앞에서야

마음은 조금씩

진짜 이야기를 시작한다.


분노는 약한 감정이 아니다.

하지만 분노는

진짜 감정이 말해지지 못할 때 나오는

두꺼운 침묵의 옷이다.


그 옷을 벗고 나면,

말할 수 있는 슬픔이 있고,

기다리던 이해가 있고,

사실은 단 한 마디,

“나 이거 너무 속상했어”라는 말이

너무 오래 눌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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