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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지 못한 슬픔이 조용히 나를 갉아먹을 때


눈물이 나야 할 순간인데

울지 못한 날이 있다.

목 끝까지 올라온 감정을

그저 꾹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야 했던 날들.


“이 정도는 다 겪는 거잖아.”

“지금 울면, 더 약해질 거야.”

“지금 무너지면, 아무도 받아주지 못할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말하지 못한 슬픔을 가슴 한구석에 눌러두었다.


그 슬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형태를 바꿔 조용히 스며들었다.

어느 날은 무기력으로,

어느 날은 짜증으로,

또 어느 날은

아무 이유 없는 자괴감으로 얼굴을 바꿨다.


그리고 나는

그게 슬픔이었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슬픔을 참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걸 감당해 온 사람이다.

마음을 털어놓을 자리가 없었고,

들어줄 사람이 없었고,

말을 꺼내는 순간 무너질 것 같았기에

혼자 조용히 견디는 법을 먼저 배운 사람.


그 견딤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단단해지지 않고

오히려 조용히 깎여 나간다.

소리 없는 슬픔이 마음의 기둥을 갉아먹는다.


나는 그 감정을 너무 늦게야 말할 수 있었다.

말했을 땐 이미 많은 것이 무너진 후였다.

그렇지만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슬픔은 드러낼 때보다

감춘 채 오래 붙잡고 있을 때

사람을 더 아프게 만든다는 것.


이제는,

울 수 있을 때 울고,

슬플 때 슬프다고 말하는 연습을 한다.

조금 어색해도,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조용히 삼켰던 감정이

조용히 나를 아프게 만들기 전에,

나는 그 감정에게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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