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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서 외면했던 감정이 나를 살리고 있었다


그 감정을 처음 느꼈던 건,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던 날이었다.

별것 아닌 말 같았는데,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안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감정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왜 그 말에 이렇게 흔들리는지,

내가 왜 이런 마음을 느끼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멈췄다.

그 감정을 끝까지 따라가면

어딘가에서 무너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감정보다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고,

그냥 견디면 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 바쁘게 지냈고,

사람들 속에 섞였고,

그저 괜찮은 척,

잘 살아가는 척했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피한 만큼,

모른 척한 만큼

더 깊어지고,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그 감정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낯익은 공간,

낯익은 사람,

낯익은 기억을 지나며.


나는 다시 그 감정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그 감정은 나를 해치러 온 게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나를 살리기 위해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존재였다는 걸.


서운함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넌 오래 기다렸어. 너무 조용히, 너무 오랫동안.”

두려움은 속삭였다.

“이 관계는 너에게 소중했잖아. 잃고 싶지 않았잖아.”

그리고 슬픔은

그 모든 말을 대신해 눈을 감고 있었다.


그 감정을 마주한 그날,

나는 조용히, 아주 천천히

잊고 지냈던 마음 한 조각을 다시 꺼내볼 수 있었다.


어쩌면

그 감정 안에는

말하지 못한 그리움,

끝내 건네지 못한 미안함,

그리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감정은 때때로

내가 멈춰야 할 지점을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내 마음을 조금 더

부드럽게 안아볼 수 있었다.


지금은 안다.

감정을 꺼낸다는 건

상처를 들추는 일이 아니라,

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이라는 걸.


그 감정을 받아들였기에

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말없이 마음을 건드리는 그 모든 기억들 속에서

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걸

내 마음은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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