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니, 괜찮다고 믿고 싶었다.
조금만 지나면 흐려질 줄 알았고,
말하지 않으면 더 빨리 사라질 줄 알았다.
그래서 모른 척했다.
마음이 조금 흔들려도,
속이 조금 쓰라려도,
그냥, 그렇게 하루를 넘겼다.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감정일 거야.”
“조금 참으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 꺼내면 더 복잡해질 테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외면했던 감정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표현 없이
조용히 나를 기다리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감정은 점점
다른 모습으로 내 일상에 스며들었다.
설명하기 힘든 피로,
작은 말에도 흔들리는 마음,
자꾸만 반복되는 생각의 장면들.
무기력이나 짜증,
별것 아닌 일에도 날카로워지는 말투.
그 모든 것의 뒤에
제 자리를 찾지 못한 감정이 숨어 있었다.
감정은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조용히 머무는 존재라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해받지 못한 감정은
더 오래 남는다.
설명되지 못한 마음은
더 자주 돌아온다.
외면한 만큼,
그 감정은 내 안에서
더 또렷해졌다.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나는 여기 있어”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꺼내 앉히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말로 다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고,
누군가가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나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조금 덜 흔들린다.
감정은
서툰 말보다
따뜻한 인정 하나를 더 오래 기억한다.
“이렇게 느끼는구나.”
“그럴 수도 있지.”
그 한마디면
마음은 조금씩, 조용히 풀린다.
외면하지 않으려는 그 마음 하나로도
감정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마치 오래 기다린 누군가가
비로소 돌아올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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