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게
어쩌면 너무 익숙해서
그게 ‘애쓴 것’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늘 괜찮은 사람처럼
조용히 버텨온 나날들.
그때의 나는
‘애쓴다’는 말조차 사치처럼 느꼈던 사람이었다.
눈앞의 일들을 해내야 했고,
마음은 잠시 옆으로 미뤄둬야 했고,
도움을 구하는 대신
스스로를 다그치며 버티는 게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도 몰랐다.
심지어 나조차도,
내가 그렇게 애쓰고 있었다는 걸.
그러다
어느 조용한 밤,
창밖으로 비가 내리던 순간이었다.
문득 떠오른 한 장면,
말없이 지나쳤던 누군가의 말투,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겼던 일들이
다시 마음을 톡 건드렸다.
그제야 알았다.
그 순간들을 지나왔던 그때의 내가 얼마나 단단하게 살아내고 있었는지.
나는 그렇게
조용히 나를 되짚어보게 되었다.
힘들었는데도 말 안 했던 이유,
외로웠는데도 웃었던 이유,
지치면서도 하루를 끝까지 걸어간 이유.
그 모든 것이
“정말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해도
그냥 살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야
조금씩 그때의 나를 꺼내본다.
미안하다,
그때 그렇게 무심히 몰아붙여서.
고맙다,
그 시간들을 정말 잘 지나와줘서.
누군가는 말한다.
“이미 지난 일이잖아.”
하지만
마음은 시간이 지나야 만 들여다볼 수 있는 감정도 있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마음의 결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그 안간힘이 얼마나 조용한 울음이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때의 나를,
지금에서야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그 마음에
조용히 말해준다.
“그 시절,
정말 많이 애썼구나.”
“그래서 지금의 네가 있는 거야.”
“그걸… 이제라도 알게 돼서 참 다행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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