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세상 모든 소리가 멀게 느껴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조차 유리벽 너머의 일처럼 들리는 날.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이상하게 혼자인 기분이 사무치는 그런 날.


그럴 때면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괜찮아.”

“나는 혼자서도 잘해.”

그 말들이 익숙하게 흘러나오지만,

사실은 그 말 뒤에 조용히 숨어 있던 속삭임이 있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닿고 싶었어.”


살다 보면

진심이 닿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분명 마음을 다해 건넸는데,

상대의 눈빛엔 미묘한 거리감만 남아 있을 때.

그럴 땐 나도 모르게 마음을 조금씩 닫게 된다.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내가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하지만 돌아보면,

그 닫힌 마음 안에도 여전히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온기가 있었다.

말하지 못했던 그리움,

표현하지 못했던 애정,

그리고 여전히 연결되고 싶었던 마음.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아직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의 흔적이었다.

완전히 사라진 적 없던 감정,

조용히 빛을 잃지 않고 남아 있던 작은 불씨.


어쩌면 ‘닿지 못한 마음’이란

그저 아직 닿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누군가의 다정한 눈빛이

그 마음을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는 마음.


그래서 나는 이젠 안다.

닿지 못한 마음이라도

헛된 건 아니었다는 걸.

그 마음이 있었기에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믿고,

여전히 따뜻함을 그리워하며,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이 닿게 될 날이 온다면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오래전부터

당신에게 닿고 싶었어요.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마음이,

이제야 당신에게 닿네요.”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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