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랫동안
내 몸의 말을
잘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조금 피곤해도
괜찮다고 넘겼고,
조금 무거워도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쉬고 싶다는 느낌이 올라와도
조금만 더 하면 된다고
나를 다그쳤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이 정도는 해야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고,
이 정도는 버텨야
내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쉽게 지치고,
괜히
숨이 깊이 쉬어지지 않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때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가 보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을
계속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몸은
생각보다 솔직해서
말로 하지 못한 것들을
대신 보여주고 있었는데
나는 그 신호를
계속 외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괜찮지 않았던 순간들,
힘들었던 시간들,
조용히 참고 넘겼던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몸을 통해
조용히 드러나고 있었는데
나는 여전히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날 이후로
조금씩 다르게 해보려고 했다.
몸이 무겁게 느껴질 때
그냥 버티는 대신
“아, 나 지금 좀 지쳤구나”
이렇게 한 번 말해주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는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그 상태 그대로
잠시 두는 것.
그렇게 했을 뿐인데
이상하게
숨이 조금 편해졌다.
몸이 가벼워진 건 아니었는데
마음이 조금
놓이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알게 됐다.
나는
쉬지 못했던 게 아니라
나를 쉬게 해주지 않았던 거였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믿어보려고 한다.
괜히 힘이 빠지는 날에는
이유를 찾기보다
그냥
“오늘은 여기까지 해도 된다”
이렇게 말해주는 것.
그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나를 많이 풀어준다.
그래서 오늘도
완전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조금 느려도 괜찮고,
조금 쉬어도 괜찮다.
이미 충분히
잘 버텨온 시간이 있다는 걸
이제는
나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까.
몸은
나를 무너뜨리려고
신호를 보내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려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말을
조금은
들어줘도 괜찮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몸으로 드러나는 감정의 신호와
그 신호를 알아차리는 과정을
한 사람의 내면 경험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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