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


나는

한동안

우울하다는 말을

잘 꺼내지 못했다.


괜히 말하면

더 약해지는 것 같았고,

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내가 더 무너질 것 같아서

그저

괜찮은 척

넘기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울함이 올라오면

다른 생각으로 덮어보기도 하고,

괜히 더 바쁘게 움직여보기도 하고,

그렇게

조용히 눌러두는 쪽을

선택해왔다.


그런데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만 틈이 생기면

다시 올라왔고,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날들이

반복됐다.


그래서 어느 날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했다.


그냥

“나 지금 좀 우울하다”

이 말을

처음으로

그대로 인정해보는 것.


이상하게

그 말을

안전한 사람에게 꺼내는 순간

마음이

조금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조금 더 천천히

들여다보게 됐다.

이 감정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건지.


그렇게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한 감정이 느껴졌다.


외롭고,

지쳐 있고,

아무도 모르게

참고 있었던 마음.


마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남아 있던

어린아이 같은 느낌.


그 마음은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싶었던 것 같고,

누군가에게

알아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때 알게 됐다.

우울함은

없애야 하는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닿고 싶은 마음이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그 감정을

혼자서 해결하려 하기보다

조금은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찾아보려고 한다.


우울하다고 말해도

괜찮은 사람,

말을 다 하지 않아도

조용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나로 있어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관계.


그런 자리에서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억지로 괜찮아지지 않아도

그냥

그 상태 그대로 있어도

어느 순간

숨이 조금 편해진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사람에게서 생긴 상처는

혼자서만 견디는 방식보다

다시

사람 속에서

조금씩 풀어질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우울하지 않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은 척 버티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은

그 마음을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


그 대신

내가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자리,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는 사람 옆에

가보는 것.


그게 어쩌면

내가 나를

조금 더 살게 하는

가장 따뜻한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서는

조금씩

다시

숨을 쉬게 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적 관점에서

우울함을 인정하고 표현하는 과정,

그리고 관계 속에서 정서가 회복되는 흐름을

한 사람의 내면 경험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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