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어떤 감정들은 강하게 흔들고 지나간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게 있다.
비워진 마음이라든가,
아니면, 이상하게 낯선 정적 같은 거.
나는 감정이라는 게 지나가고 나면, 뭔가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길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예전엔 분노가 지나간 자리엔 후회가 남았고,
슬픔이 머물렀던 자리는 괜히 어수선했다.
“그땐 진짜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아, 내가 왜 그랬지?”
혼잣말로 자주 이런 말들을 내뱉곤 했다.
대학 시절, 친구랑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다투다가 결국 서로 연락을 끊었다.
한참 뒤에야 내가 그때 무슨 감정에 휘둘렸는지 돌아볼 수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이 사람은 날 몰라준다’는 서운함 하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감정은 나를 위한 방어였던 것 같다.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화를 냈던 거지.
감정은 무섭도록 생생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무력해진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 감정이 남기고 간 건 늘 뒤늦은 해석뿐이다.
이제는 누가 내게 묻는다.
“그 감정, 지나가고 나니까 뭐가 남았어?”
나는 가끔 이렇게 대답한다.
“음... 알아차림? 아, 그리고 가끔은 허무함.”
감정을 느끼는 건 인간의 특권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특권에는 늘 책임이 따른다.
그 감정을, 그때 나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누군가를 찌르진 않았는지.
혹은, 스스로를 더 다치게 하진 않았는지.
요즘 나는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
예전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졌다.
감정은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감정이 지나간 자리를 살핀다.
거기엔 관계가 무너졌을 수도 있고,
내가 나를 미워했던 기억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더 단단해진 나도 있을지 모른다.
지금도 가끔은 말한다.
“아, 그 감정 지나가고 나니까 참... 뭐랄까. 그냥, 내가 보이더라.”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결국,
나 자신이 남는 것 같다.
나는 그걸, 조금은 받아들이고 있다.
조금은, 안아주는 법도 배우는 중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 과정에서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한 사람의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내일은 ‘억압된 감정은 반드시 귀환한다’는 주제로, 감정이 억눌렸던 기억과 미해결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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