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 또 괜히 울컥했네.”

그날도 그랬다.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들은 어떤 노래 한 구절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지는데

이유를 모르겠는 거다.


“나, 왜 이래?”

그 말이 입 밖으론 안 나왔지만, 속으론 수없이 되뇌었다.


사실 그 전날에도 비슷했다.

회사에서 회식 자리에 늦었다는 이유로

괜히 쏘아붙인 선배 말에

표정도 안 바뀌고, 웃으면서 넘겼는데.


집에 와서 샤워기를 틀다가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땐 그게 감정인지 몰랐다.

그냥 피곤한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나도 그렇게 넘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뭔가 계속 맺히는 기분이었다.


회사에서, 카페에서, 심지어 마트에서도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내가 너무 쉽게 흔들리는 느낌.

너무 감정적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스스로가 싫었다.


그래서 또 감정을 눌렀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지.”

“이 정도로 상처받는 건 너무 유약한 거야.”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닐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줬다.


“감정은 배신하지 않아요.

지금 이 감정은, 당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겪었다는 증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늘 감정을 의심했다.


이 정도로 화가 나는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이렇게 서운한 건 내가 이기적인 건가.

이렇게 힘든 건 나만 이상한 건가.


늘 그런 식이었다.

감정이 올라오면

그걸 믿지 못했다.


그런데 감정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매번 말해줬다.


“여기 아파.”

“지금 힘들어.”

“너 좀 쉬어야 돼.”

“지금은 더 듣지 말고 나가야 해.”


이제는 알겠다.

감정은 날 곤란하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날 지키려던 거였다.


마치 어릴 때부터 내 곁을 지켜주던

말 없는 친구처럼.

내가 무시할수록 더 조용히

더 단단하게, 거기 있었다.


지금도 어떤 날은 그런 감정이 올라온다.

갑자기 이유 없이 슬퍼지기도 하고,

누가 나를 오해한 것 같으면 불쑥 화가 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그걸 억누르고, 혼자 참고, 잊으려고 했을 텐데.

지금은 가만히 들여다본다.


“그래, 너 또 왔구나.

이번엔 뭐가 불편했는지 말해봐.”


감정은 그렇게 다정하게 찾아온다.

그 말을, 이제는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 경험 속에서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내일은 ‘내 안의 감정을 판단하지 말고 그냥 느끼고 인식하자’는 제목으로 이야기해 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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